유승민 의원은 어떤 심정일까? 새누리당 공천 전쟁. 대구·경북(TK) 지역, 그 중에서도 최대 격전지인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유 의원은 어제(26일) 오전 11시쯤 여의도 당사 면접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면접 대기 자리에서 면접 준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로 준비 못했다. 생각대로 하면 되지". 생각대로? 유 위원(20대 총선 예비후보)는 면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주로 원내대표 할 때 대표 연설이나 그런 부분들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제가 했던 것은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된 것이 전혀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이 같은 질문은 공천관리위원인 김회선 의원이 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정면 반박했다. 틀린 말인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그간 당론에 배치된 주장을 해 온 인사들을 공천 부적격자 분류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친박, 비박 논리? 이 위원이 전날 "(TK 현역이) 12명인데 어떻게 6명 밖에 안 날라가냐..못 들어봤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나는 박근혜 대표에게 공천을 받았었다...그때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똑같은 마음으로 가고 있다"고 친박을 업그레이드 한 진박을 강조했다. 그는 또 TK 현역의원을 겨냥한 듯 "대구·경북이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대통령께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우리는 만들어줘야 그게 국가발전이고 국민이 행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면접에서 공관위원들은 유 의원 등 TK 현역 의원 대다수에게 “박근혜 정부가 어려워졌을 때 TK 국회의원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그동안 공천 부적격자에 대해 ‘저성과자’→‘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당원의 의무를 잘 지킨 사람’ 식으로 현역 물갈이 대상을 좁혀왔다.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선 당장 ‘TK 현역 물갈이’를 하려 해도 김무성 대표가 완강하게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있어 쉽지 않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이 위원장과 공관위원들이 이날 TK 의원들에게 “박근혜 정부가 어려웠을 때 뭘 했느냐”고 물은 건 결국 ‘당원으로서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했느냐’는 기준으로 기대에 미흡한 의원들을 쳐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역 물갈이의 표적이 TK에 집중된 건 유 의원의 생환 여부 때문. 박 대통령이 지난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유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순간부터 유 의원은 TK 공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친박계는 ‘진박(진짜 친박)’을 TK에 투입해 유 의원 등 현역 물갈이 나서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진박 투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영남과 수도권을 오가며 진박 예비후보자들의 개소식에서 축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 김무성 대표도 상향식 공천 사수의 마지노선을 TK 현역 의원 지키기로 보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TK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의 상향식 공천 방침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 과연 김 대표와 이 위원장은 어떤 공천 전쟁을 마무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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