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과 통하지 않고, 벽에 막힌 자살, 사망학이 필요하다? >
내일(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일주일 전부터 ‘자살률공화국’에 대한 글을 썼다. 하지만 그런들 무엇하리요? 그렇지만 세상과 통해야 한다. 누구나, 모두를 위해 다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캠페인도 좋지만, 자살 방지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집중해야 한다. 일상화가 되어야 한다. 올해 ‘제12회 EBS국제다큐영화제’의 전체 컨셉 타이틀은 <세상과 통하다 Connecting with the World>. 세상과 통한다는 것은 파편화된 일상을 공동체로 복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타인의 삶과 소통해야한다. 점점 고립화되는 삶은 비극적인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11년 동안 자살률(OECD 통계) 1위라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타인의 삶만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나에서 우리로 생각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또한 자살예방과 다른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 “왜 사망학이라고?” 외국에서는 사망학(Thanatology)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은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렇기에 죽음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르게 한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망학은 이런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학문이다. 사망학은 헤르만 파이펠이 편집한 〈죽음의 의미 The Meaning of Death와 로베르트 카스텐바움과 루트 아이젠베르크가 쓴 〈죽음의 심리학 The Psychology of Death〉등 죽음에 대한 일련의 책이 나오면서 전문적 학문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사망학은 의외로 분야가 넓다. 단순하게 죽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나 암 등 난치병으로 숨진 사람들의 의학적 관심에서부터, 자살, 안락사, 낙태, 사형제도, 뇌사와 관련된 정치, 사회, 법률 도덕적 문제까지 살피고 있다. 종교가 바라본 죽음에 대한 시각과 문화예술분야에 담겨진 죽음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현상 분석을 통해 제도적 보완을 마련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양로원과 호스피스 시설 등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복지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문화 배경이 다른 나라의 사망요인과 전쟁이나 정치적 폭력으로 희생당한 집단적 죽음의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렇듯, 자살이라는 하나의 요인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복지의 차원에서 넓게 사망학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학문 영역이 발전되어야 한다. 임시방편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행복하게 죽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모든 죽음의 현상에 대해 비인간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틀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소통과 막힌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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