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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막걸리 방송효과와 미디어법

by 밥이야기 2009.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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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동이 났다

날씨가 무더워선지 입맛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막걸리 방송이 유혹하듯 손짓하며 출렁이고 있다, 갑자기 막걸리가 마시고 싶다. 연신 냉장고에 사놓은 유기농 두부도 떠올랐다. 그래 오늘 밤참은 생두부와 김치, 막걸리다. 해장으로 컵라면. 시나리오가 설정되자, 컵라면 몇 개와 막걸리를 살려고 집 인근 슈퍼에 들렀다. 평상시 같으면 막걸리가 쉽게 눈에 띄었을 터인데, 고개 돌려 살펴보아도 막걸리가 보이지 않는다. 더위 탓인가? 다시 가게 냉장실을 두루 살펴보니 구석 한편에 숨겨진 듯한 막걸리 한 병을 간신히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일도 다 있구나. 가게 주인장한테 물어보니, 막걸리 방송이 나가자마자 막걸리가 동이 났다고 한다. 방송이 무섭긴 무섭구나. 그런데 막걸리가 동이 난 이유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미디어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비오는 날이 많았던 해안피서지에서는 컵라면과 막걸리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유원지에서야 간다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컵라면이야 인기를 누릴 만하지만, 막걸리 매출 상승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분석하기는 귀찮고 일단 애지중지 구입한 막걸리를 마셔야겠다. 오호통재라, 한 병에 목을 매달아야 하니 걱정이다. 오늘 만큼은 막걸리 한 병을 느릿느릿 마시면 보약이 될 듯하다. 하지만 막걸리 한 병으로 두부김치를 다 해결하기 힘들 듯 하다. 데자뷰 다. 핑계의 술상. 술이 넘치면 안주가 없고, 안주가 넘치면 술이 없듯이. 지금 장면도 그렇다. 서 너 잔을 연거푸 마시니, 막걸 리가 바닥을 보인다. 할 수 없이 냉장고에 고이 잠자고 있는 맥주 한 병을 꺼냈다. 슈퍼 주인장 아저씨 이야기가 떠올랐다. ‘할머님 한 분이 막걸리 방송을 보고, 바로 가게로 달려왔다고 한다. 막걸 리가 일본에 수출되고 있는 것도 기분 좋고, 생각난 김에 한 병 팔아 주어야겠다고“ 신토불이. 할머님의 막걸리 사랑과 막걸 리가 건강에 좋다는 쾌쾌묵은 이야기가 가게 냉장고 속 막걸리를 비운 이유이다.

 

막걸리와 미디어법

한국의 전통 곡주인 막걸리가 많이 소비되고, 수출 되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이다. 막걸리방송이 문제가 아니라 방송의 힘이 문제다. 공익적인 방송을 누가 탓하랴. 방송에 막걸리가 흘러넘치자, 동네 가게 막걸 리가 팔려나가는 영향력이 문제다. 만약 막걸리가 아니고 다른 상품이었다면 어떻겠는가. 별 차이가 없을 듯 하다. 반대로 유효기간이 지난 막걸리가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보도가 나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듯 방송은 막걸리가 아닌 상업적인 성격을 띌 때가 문제가 된다. 그만큼 방송이 사람 사는 세상에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마시면서 미디어법이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법 통과로 기업과 신문의 방송참여는 사실 막걸리효과가 숨겨 있다. 지금보다 더 왜곡, 과장이 넘치는 언론을 통한 이익집단의 상업성이 더 극성을 부릴 수 있다. 세상일 막걸리보도 정도 수준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방송 스타마케팅이 그러하듯, 방송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힘이 있다. 정말 양질의 숨은 책(제품)을 발굴하겠다는 이면에는 편집자의 시각에 따라 조작도 쉽게 할 수 있다는 함정과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윤과 상업적 기대보다 무서운 집단체면효과다. 반복, 학습은 사람들의 판단을 흩뜨리게 할 수 밖에 없다. 제품을 넘어 사상과 세계관을 바꾸어 낼 프로그램들이 계속 제작되고 유포된다고 생각해보자.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에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변할 수 있고 대중들을 지배할 수 있다. 이것만큼 무서운 통제시나리오가 또 있겠는가.



▲브라질 최대 민영방송인 글로보 홈페이지


남아메리카 브라질의 최대 TV, 라디오 민간방송국인 TV 글로보(Globo). 직접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자사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다음, 자사의 방송망을 통해 시리즈를 방영하고 자사의 유통망을 이용해 판매를 한다. 이들이 대변하고 있는 계층은 국민 대다수인 빈민계층이 아니라 소수의 권력집단이다.

 통신, 방송, 신문의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과연 통합의 효과에 따른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이 늘어날까? 정부, 여당의 빈약한 논리의 현주소다. 통합에는 자본(기업) 즉 산업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통합으로 인해 다원주의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시청률과 경쟁, 기업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 뻔한데, 양질의 방송이 나오겠는가? 소비에 직결된 프로그램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막걸리효과는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냉정하게 미디어법 효과를 다시 들여다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