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여진 씨를 출연시키기로 결정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제작진에게 경영진이 상식 이하의 패널 교체를 강요하고 있다. 김여진 씨는 7월 18일부터 ‘시선집중’ 보수-진보 토론에 토론자로서 합류할 예정으로 이 사실은 담당 PD와 담당 부장이 결정해 홍보국을 통해보도자료가 나가고 기사화까지 되었다. 그런데 경영진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 이 결정을 뒤집기 위해 라디오본부장과 담당부장, 홍보국장등을 경징계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을 벌였고, 급기야는 방송과는 상관없는 한 사람의 평소 생각과 의사표현을 검열하려는 위헌적 발상으로 사내외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 까지 동원했다.
그간 김재철 사장이 개입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 씨의 하차와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시선집중’ 외압하차 등 라디오 시사프로에 대한 상식 밖의 외압과 칼질은 계속되어 왔지만, 김여진 씨와 관련된 이번 문제는 차원을 달리하는 코미디이다. 아직 출연도 하지 않은 출연자에 대한 교체기도라는 사상초유의 작태 외에, 사규집 방송운영규정 제5조 2항에 따라 담당 부장과 PD가 출연을 결정하고 라디오본부장마저도 이를 승인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뒤늦게 이를 막는다는 것은 사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자 ‘본부’ 라는 라디오의 형태 자체에 대한 이율배반이다.
김여진 씨는 단독 출연도 아닌 특정 의견을 대변하는 토론자로서, 그 전임 패널들은 물론 현재 그 코너의 패널이며 김여진 씨의 카운터 파트가 될 전원책 변호사도 모두 사회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활발하게 개진해온 인사들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을 출연시켜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것인가? 이 논리라면,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한 차원이 아니라 아예 대선 때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순재 씨나 이덕화 씨 등은 지금 당장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할 것이다. 또 조갑제 씨나 이문열 씨 같은 보수 논객들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수도 없다. 대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당초 ‘1주 1회 출연’ 이었던 적용대상을 허겁지겁 바꾸면서까지 김여진 씨의 출연을 막은 경영진의 행동은 자신들과 MBC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소셜테이너로서 김여진 씨의 위상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이라는 누더기 사규에 붙일 이름이 없어 ‘김여진 법’으로 하고싶은 것인가? 현 경영진은 정녕 언론 역사에 ‘상식열외’로 남고 싶은 것인가?경영진은 헛된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그리고 제작자율성을 심대하게 침해한 ‘고정출연제한 심의조항’ 을 즉각 폐기하라.
2011년 7월 15일 MBC 라디오본부 평PD협의회
과거 기사를 소개했다. 뉴시스에서 보도한 ' 이명박 지지선언 한 연예인들'. 누구일까?(기사 클릭)
문화방송 심의규정은 분명 '보도 지침'이니 마찬가지다. 자의에 따라 해석될 여지가 너무 많다. 출연 패널까지 사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나? 사장이나 경영진 눈 밖에 나면 출연할 수 없는 것인가. 자율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경영진은 토론문화를 알고 있는 걸까. 결국 '김여진 법'은 '김재철 법'이며, MBC의 또 다른 암묵적 '블랙리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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