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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미디어법,한국판 왝더독(Wag The Dog)시나리오

by 밥이야기 2009.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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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은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드는 법”

왝더독(왜그더도그;Wag The Dog)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주식용어로 쓰일 때는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흔드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위정자가 자신의 치부를 감추거나, 부정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연막전술(언론왜곡)을 쓰는 행위를 뜻한다. 미디어법 통과 과정과 정부와 여당에서 제작한 미디어법 홍보 광고를 보면서 정치적 속어인 왝더독이 떠올랐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 미디어법 통과로 본격적으로 한국판 왝더독의 서막이 열렸다.


영화 왝더독을 통해 본 미디어법

영화 왜더독(Wag The Dog, 1997)은 코메디로 분류되는 영화다. 코미디가 아니라 블랙코미며 언론이 망가뜨린 현실의 슬픈 우화다. 미국 대선을 코앞(D-12)에 둔 백악관. 재선을 향해 승전보를 앞둔 대통령은 성추행 사건에 휘말린다.

한 방에 대통령 선거판이 뒤바뀔 상황에 놓인 백악관의 참모진들은 비밀리에 미디어전문가 브린(로버트 드니로)을 부른다. 대통령의 성추행사건을 안개 속에 감추어버리기 위해 대통령 만들기 왜곡드라마를 창조해 낸다. 바로 미국인에게 낯선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만들어 내는 전쟁시나리오. 국민들의 관심은 먼 이국의 땅 알바니아로 관심이 집중된다. 알바니아 전쟁시나리오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미국의 전쟁영웅을 만들어 내고 급기야 대통령의 성추행사건은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 재선 성공. 영화 왝더독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무섭고 큰지를 보여 주고 있다. 집중화된 미디어산업체와 권력이 만들어 낸 드라마. 미디어법 통과로 우려하는 시나리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현명한 국민들은 속지 않겠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미디어법 속에 숨겨진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미디어를 장악하면 돈과 권력을 얻는다

세계적인 국제관계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기획한 ‘르몽드 세계사’에 한 꼭지를 살펴보자.

제목은 “미디어의 황제들 슈프링거에서 머독 까지”이다. 내용에 대해 부연 설명하는 것 보다 꼭지에 실린 내용 원문을 발췌해서 살펴볼까 한다.

“ 다국적기업들이 정보통신 수단을 차지하면서 미디어의 집중현상이 늘어났다. 더불어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권에 가하는 압력도 거세졌다. 그 결과 정보의 질은 낮아지고 있다.”

 “돈·미디어·정치권력의 완벽한 결합으로 이탈리아식 ‘모델’이 자주 언급된다. 이탈리아 최고 갑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민영 텔레비전방송국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두 번이나 총리직을 맡아 이탈리아의 법을 자기 사업에 유리하도록 정비했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계 500대 재벌 중에는 수십억 유로의 재산을 소유한 프랑스인 10여명 있고(중략) 이들 중 대부분은 정보, 통신 ,광고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 독일에서는 극보수 언론그룹 악셀 슈프링거(24억 유로)가 일간지의 23%를 장악하고 있고, 보수인 베텔스만(170억유로)은 언론,출판제국을 소유하고 있다.”

 “산업시스템이 언론에 도입되면 경쟁을 부추기고 다원주의를 약화시킨다. 더군다나 정보의 질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청률과 수익 경쟁에 신경을 쓰다보면 국제사회의 현안(비용은 많이 들고 시청률은 보장되지 않는다)은 소비와 직결된 프로그램(광고주들이 원하다)이나 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시청률이 보장된다)에 밀릴 수밖에 없다 ”

 
이명박 정부이기 때문에 미디어법이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면, 어쩌면 미디어법은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미디어법 통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명박 정부는 다른 민생현안을 미루어 놓고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했는가, 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미디어법을 막기 위해 원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답은 분명해졌다. 신뢰를 잃은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작과 장악만이 정권유지와 다음 대선에서 깃발을 꽂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우파의 10년을 되찾아야 한다는 권력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떠올려 보자. 많은 문제점과 부정행위가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것을 막아줄 방패막이 바로 언론, 언론 중에서 영향력이 큰 방송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미디어법은 일반인들에게는 전문 영역 내지 현실의 삶과 무관한 꼬리로 비추어 줄수 있다. 그런데 이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 낼수 있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다. 미디어법 통과로 “신문, 통신, 방송의 장벽이 무너졌다(정부의 미디어법 광고카피)”는 말은 즉 미디어의 집중화와 산업시스템이 언론에 도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부가가치나 일자리 창출이 일부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런데 그 몫은 승자 승 원칙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세력이 거머쥐게 될 것이 뻔하다. MBC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금도 시청률과 기업광고에 휘청거리는데, 방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청률과 수익경쟁이 방송의 질을 높힐 수 있다는 논리는 거짓이다. 그렇다면 방송 프로그램의 다원주의나 다양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돈 안 되는 방송을 누가 만들겠는가!

결국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곳곳에 펼쳐질 것이 눈에 뻔하다.



미디어법은 악법이 아니다

미디어법은 악법이 아니다. 악법은 법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미디어법은 무효다. 그러므로 법이 아니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정보가 참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보가 매일 매일 흘러넘치고 있다. 글과 사진, 잘 뽑아낸 카피 하나에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그 중에서 방송은 멀티미디어의 총아다. 왜곡된 텍스트와 이미지 하나가 사람을 변화시켜 낼 수 있다. 세뇌교육처럼 미디어세뇌가 시작된다면, 결국 거대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함몰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디어 소외층은 더 극심한 미디어의 덫에 걸릴 수 있다.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는 이유 중에 미디어는 사실 꼬리가 아니라 몸통이기 때문이다. 몸통을 넘어 사고를 지배할 수 있는 거대복합체다. 꼬리도 아니고 몸통도 아닌 ‘개’ 자체다. 예를 들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언론에서 경쟁의 논리와 소비자의 편익성만을 강조한 뉴스와 좌담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편성된다고 생각해보자. 기업형 슈퍼마켓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보도나 의견을 담아내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뻔하지 않을까. 미디어법을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금, 민주주의 후퇴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이명박 정부가 거짓 꼬리를 흔들기 전에 몸통을 가장한 꼬리를 물어야 할 때다.
 
국민이 권력보다 지혜롭다는 것을 보여 줄 때다.


* 참고자료 및 본문 인용자료: 르몽드 세계사(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획/휴머니스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