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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박완서 별세, 처녀작 ‘나목’과 박수근을 떠올리며

by 밥이야기 201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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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공개한 고인의 젊은 시절 사진

 


담낭암으로 투병중인 소설가 박완서(80) 씨가 오늘 새벽 별세했다. 박완서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세상 모르게 눈 내렸던 새벽녁, 그는 그의 작품 제목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처럼 따뜻하게 떠났을까? 아쉽다.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위키백과사사전을 보니 누군가 벌써 그의 죽음을 알렸다. 이렇게 쓰여있다. '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아침 6시 17분 지병인 담낭암으로 투병중에 사망하였다'


늦깎이로 소설가로 데뷔했던 박완서.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그의 문학적 재능은 뒤늦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대중적 인기도 끌었다. 작고 소식을 듣고 떠오른 작품은 처녀작이자 출세작 <나목>. 1970년, 박완서씨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여성동아〉 장편 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박완서씨의 삶과 문학에 풍경과 상처가 되었던 사건은 한국전쟁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도 박완서씨는 서울대 입학하지만,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숙부와 큰 오빠를 잃는다. 그 아픔이 그의 작품 곳곳에 묻어나 있다. <나목>은 전쟁 중 노모와 어린 조카들의 생계를 위해 미군부대에서 근무할 때 만난 화가 박수근에 대한 내용을. 박수근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한국 미술계의 독보적인 존재다. 그의 작품에 흐르는 회백색 톤과 서민들의 모습. 박수근 또한 작품 속에 는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련하게 묻어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절망적이지 않다. 박완서씨의 작품처럼. 박수근의 작품은 국보급이다. 소설 <나목>에서 박수근은 6·25 동란 중 밥벌이로를 위해 PX에서 미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손수건에 초상화를 그려준다. 그 그림 중에 하나가 바로 박수근이 그린 <나무와 여인>이다. 앙상하게 시들어가는 나무는 죽어가는 고목이 아니라, 모진 추위를 견디며 새봄과 새날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생명력이자 희망의 뿌리를 품고 있는 겨울 나무다.

 


▲ 박수근 작 <나무와 여인>



한국 미술계의 거목은 빨리 세상을 떠났지만, 박완서씨는 추운 겨울을 이기고 꽃과 잎을 싹튼 한국문학계의 거목이 되었다. 유녀시절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렸내었던 성장소설의 최고봉이라 평가받았던 <엄마의 말뚝>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떠올랐다. 고인이 된 <토지>의 박경리선생도 떠올랐다. 박경리와 박완서는 한국 현대문학을 이야기 할 때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인물. 박완서는 박경리에게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하나, 둘 이름과 기억들이 이내 사라진다. 작품의 내용은 떠오르지지 않고 큰이름만 떠올랐다 명멸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서민들의 모습을 박완서만큼 입담있게 그려내 작가가 있을까. 이제 박완서씨도 지난 상처와 풍경을 뒤로 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이승 넘어 다른 세상이 있다면. 박경리 선생과 만나 배추속에 술 한잔에 담배 한개피로 이야기 꽃을 피우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사위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부의금은 받지 말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작가들에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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