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경숙 씨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한국의 바다에서(At Sea in South Korea)’. 뉴욕타임스가 신년을 맞아 세계 12명의 작가의 글을 소개했다. 신경숙씨는 작년에 일어난 천안함 사건을 작가의 입장에서 소회를 담아 썼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 된다. “나는 3월 26일을 생생하게 기억 한다(I remember March 26 vividly).
신묘년 2011년 새해 벽두, 2010년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천안함 사건을 떠올려 본다. 싶게 잊힐 사건인가. 신경숙씨의 글처럼 방송 뉴스에 떠오른 천안함 침몰 사건의 첫 자막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신경숙씨는 천안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의 갑론을박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작가의 시점과 논점은 다를 수 있다. 정부 당국에 의해 최종 조사결과는 나왔지만, 여전히 천안함 사건은 미궁 속에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북한에 대한 분노로 남아있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로 숨진 유가족들에게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상처다. 천안함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군 당국과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거짓말은 여전히 천안함을 의혹에 시선에 머물게 하고 있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천안함 사건이 사태가 된 것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구멍 뚫린 안보, 대응 방안 등 그 어느 것하나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유언비어도 난무했고, 가상 시나리오도 언론 일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누가 전문가인지 그 경계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신경숙 씨의 짧은 글은 우리를 다시 천안함 침몰의 파노라마를 생생하게 전해 준다. 글은 짧지만, 여운은 깊고 오래 드리운다. 분단 상황은 언제든지 이런 풍경의 상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만 두려움으로 얼어붙었던 것이 아니다. 이웃 서점도 문을 닫고 친구도 인도로의 휴가를 취소했다. 바다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 장병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시간이 흘러가고 기상이 악화되면서 조류와 거친 바람으로 인해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46명은 아무도 구조되지 못했고 구조 작업을 펼치다가 수중에서 목숨을 잃은 47번째 사람도 잃었다. 우리가 어떻게 유가족이 겪었을 분노와 절망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나는 몹시 무기력함을 느꼈다"(신경숙)
▲ 뉴욕타임스 2011년 1월 2일자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신경숙씨의 글
<영어 전문>
I remember March 26 vividly. I was watching the news as I do each night when the words “Cheonan Sunk” appeared on the screen.
The South Korean warship had been patrolling around Baengnyeong Island, near the maritime border with North Korea, when it went down, sinking deep into the Yellow Sea with 46 sailors trapped inside. Wanting to know if there were any survivors, if anyone could be rescued, I couldn’t bring myself to turn off the TV.
I wasn’t the only one transfixed. The owner of the neighborhood bookstore closed his shop. My friend canceled her vacation to India. We couldn’t stop thinking of those sailors, waiting at the bottom of the sea. But the tides and rough winds worked against the rescue operations. As the clock ticked, the weather worsened.
In the end, not one of the 46 was saved. And we lost a 47th: a man who became unconscious underwater while trying to rescue the others. How can we hope to understand the anger and despair that their families must have gone through? Watching, I felt my powerlessness acutely.
Twenty days after it sank, the ship was pulled to the surface, revealing its tattered stern. After it was drained of water, most of the sailors were returned too, as corpses. That night I went to a mostly empty restaurant, ordered dinner and watched the news. While the screen displayed the photographs of the dead, their hometowns and ages, I heard the sound of quiet sobbing. It was the cook. “How can God be so indifferent?” she asked.
For South Korea, “the Cheonan Incident” is far from over. There has been a spate of accusations about the cause of the ship’s sinking (an international inquiry found a North Korean torpedo responsible), then a flaring of hostilities between North and South. Within South Korea, politicians have theories; the ruling party blames the opposition; the opposition blames the ruling party.
As for me, I am haunted by the faces of the six who were never found. I imagine their bodies tossed in the current, in the stillness of that cold dark sea. Even at this moment, they are probably being knocked against rocks, fed on by fish, their bodies worn away by rough waves. Or maybe they’ve come to some kind of rest by an uninhabited island, caught in a tangle of water plants.
One of the sailors had a month to go before his discharge. One was about to be married. I am reduced to silence by how youthful they look in the photographs, how full of health and beautiful. They still have not returned.
— SHIN KYUNG-SOOK, author of the forthcoming novel “Please Look After Mom.” This article was translated by Jae Won Chung from the Korean
"한 병사는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있었다. 한 명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보며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사진 속에서 무척이나 젊고, 건강하며, 아름답다.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One of the sailors had a month to go before his discharge. One was about to be married. I am reduced to silence by how youthful they look in the photographs, how full of health and beautiful. They still have not returned.) /신경숙
체감온도는 달라겠지만,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때 누군인들 두려워했을 것이다. 연평도 포격이 후 남북관계는 더 경색되고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전쟁과 평화사이. 멀고도 가까워 보이고, 가까우면서 멀어보인다. 전쟁으로 결국 피해를 볼 사람은 누구인가. 안보는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2011년에는 6자회담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국가 지도자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말로만 평화를 외칠 상황이 아니다. 천안함 침몰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신경숙씨 기고문은 번역(재번역)을 하고 있는 중이라, 본문에 실린 내용은 뉴시스와 프레시안 번역문을 참고, 수록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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