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길태가 항소심에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고 합니다. 사형과 무기징역. 사형 반대론자와 사형 찬성론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뻔한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사형과 무기징역 중에 어떤 형벌이 더 힘들까? 만약 당신에게 사형과 무기징역 중에 선택을 하라면?
김길태 무기징역 소식을 들으면서 2010년 문제작 중에 하나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영화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가 떠올랐습니다. 1970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지요. 아르헨티나는 1916년부터 1976년 사이에 대통령이 무려 22번이나 바뀌는 격변기를 겪은 나라입니다. 군부세력의 반복된 실권과 재집권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1976년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호르헤비델라의 공포정치로 77년부터 이후 약 3년간 치욕적인 '더러운 전쟁'을 겪습니다. 더러운 전쟁은 좌익 게릴라 척결을 명분으로 반대세력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가한 사건을 말합니다. 그 당시 희생당한 사람들의 수는 아르헨티나 당국의 추정만으로도 약 1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유가족측은 그 수가 2만 5천∼3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가협의 역사적 뿌리와 닿은 아르헨티나 ‘5월 어머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영화 <비밀의 눈동자>
이런 정치, 사회적 격변기에 살인 사건이 발생 합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무자비하게 강간 살인당합니다. 이 사건을 목격한 인물(주인공: 벤야민 에스포지토)과 여검사, 범인과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살인범이 군부세력의 앞잡이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과 여검사는 증거를 통해 범인을 찾게 되지만, 되려 협박만 당하지요. 권력 앞에 법은 무참하게 짓밟힐 때이니까요. 사형당해야 할 인물이 버젓이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합니다. 세월은 흘러, 주인공은 자신의 목격한 사건을 소설로 완성시킵니다. 아니 미완성이지요. 범인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주인공은 소설을 따라 지난 시간의 기억을 따라, 자신의 사랑하는 연인(강간 살해당한 여자)을 잊지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범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남자는 인적 드문 시골에 살림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집에 범인이 함께 살고 있었지요. 남자는 집에 감옥을 만들어 범인을 응징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났기에 남자도 범인도 할아버지. 남자는 범인에게 세 끼 밥을 챙겨주고 어떤 물리적 형벌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아르헨티나 상황이었다면 남자는 범인을 죽일 수도 있었고, 법정에 세울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남자는 최고의 형벌은 매일 매일 자신이 저지른 죄를 떠올리게 하는 것. 고통보다 무서운 침묵이야 말로 최고의 형벌이라는 것을 실현한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을 설명한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영화는 결말보다 과정이 더 풍부하기에.. 이해바랍니다. 김길태 무기징역 감형소식을 들으면서, 부모입장에서는 어떤 심정일까?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영화 <비밀의 눈동자>에서 남자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당신에게 사형과 무기징역 당신에게 선택 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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