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부여한 모든‘직’을 사퇴하며
- 현병철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자리로 돌아오라 !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인권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명동성당에서 한겨울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부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공개 서신을 보냈고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깊은 관심을 보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직속기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국가인권기구가 정권의 성향이나, 정부의 입장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인권의 기준으로 모든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인수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대통령직속기구화 방침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21% 축소해버리며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평생 ‘인권활동’의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던 현병철 위원장을 임명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어버렸다.
현병철 위원장 취임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좀비기구, 식물위원회, 고사(枯死)위원회 등으로 불리며 그 존재의 의미조차 희미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은 취임 이후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정부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있다.
용산참사 진압과정에 대해 재판부 의견표명을 하자는 안건을 의결하는 전원위원회에서 “독재라도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며 일방적으로 전원위원회를 폐회하였고,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의 명예훼손 건, 국정원이 제기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명예훼손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 심판청구 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건 등 정권에 부담에 될 수 있는 안건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변칙적인 방식으로 부결을 시켜 왔다. 정보인권특별전문위원회의 위원들이 열성을 다해 참여했던 <정보인권 특별보고서>는 이미 전원위원회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추인을 미루며 이것저것을 뜯어 고쳐 누더기 보고서가 되어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이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영과 반인권적인 결정들에 반발하며 동반 사퇴하였고 이후 비상임위원인 조국 교수(서울대)가 국가인권위원회 파행 사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인권위원직을 사퇴하였다. 야당 국회의원 41인이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현병철위원장 사퇴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전직 국가인권위원 15인, 전직 국가인권위원회 직원 18인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250여명의 법학교수와 변호사들, 여성단체들과 장애인단체들이 강력한 입장을 밝히며 현병철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주최 주요 행사인‘사회권 심포지엄‘ 의 발표자 10인 중 6인이 서면을 통해 심포지엄 불참 의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 했고 인권단체들을 오늘로 열흘 넘게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을 진행 중에 있다. 또, 유례없는 전국 660개 인권시민단체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현병철 위원장의 능력부족과 잘못을 지적하며 사퇴를 종용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메일을 많이 받고 있다는 현병철 위원장의 뻔뻔한 얼굴을 보며 화가 나지 않았을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촉을 받은 우리 전문 ? 자문 ? 상담 위원 59명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이 위축되었고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국가인권기구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순간들마다 우려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조직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는 올바른 결정을 낼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왔다. 그러한 진심이 있었기에 두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균형 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그토록 뻔뻔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았고, 여기에 화답하듯 역시 인권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편향된 정치적 활동만을 해왔던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하는 청와대의 독선을 확인했다. 김 내정자 또한 현병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과 관련된 어떠한 경력이나 활동도 찾아볼 수 없는 인사이다. 오히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의 헌법소원 소송 대리인을 맡았고,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활동을 일삼고 있는“법치주의수호국민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등 인권과는 거리가 먼 인사이다. 좀 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현 상황을 보면 참담한 마음이 들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는 더 이상 이명박 정부의 인권정책이나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즉각 사퇴,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하여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시스템의 마련, 국가인권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위촉받은 모든 직을 동반 사퇴한다. 이번 우리들의 사퇴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버리고 등을 돌리겠다는 것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성원들 탓에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또, 현병철 위원장 사퇴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여전히 국가인권위원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다른 전문, 자문, 상담 위원분들을 생각하면 송구할 뿐이다. 우리는 이 분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지켜내기 위해 계속 애써 주시기를 부탁한다.
겨우 1년 현병철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인권활동가들과 이 땅의 양심들이 한걸음씩 발전시켜 온 이 땅의 인권을 단박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우리가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 아프다.
현병철 위원장은 하루빨리 사퇴하여야 한다.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기구는 물론, 이땅의 인권을 무너뜨리고 있는 현병철 위원장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 또 현병철 위원장 보다 모자라지 않은 반인권 발언과 어이없는 의견 표명을 일삼는 다른 인권위원들도 깊이 반성하고 자진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기를 권고한다. 우리는 비록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에게 부여했던 우리의 역할을 내려놓고 떠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우리의 애정과 관심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제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제 자리로 돌아오라.
2010년 11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여한 모든‘직’을 사퇴하는 61인 일동
◇ 정책자문위원 (15인)
고형일 (교수, 전남대학교 교육학과)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명 진 (전 봉은사 주지 스님)
박찬운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
손 숙 (전 환경부 장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초빙교수)
안성례 (오월 어머니의 집 관장)
이대근 (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이수호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옥경 (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
이정택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교구장)
은우근 (교수, 광주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조흥식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홍봉선 (교수,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조정위원 (5인)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 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정책자문위원 중복)
이유정 (변호사, 법무법인 원)
정춘숙 (한국 여성의 전화 대표)
조영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
◇ 행정심판위원 (1인)
이상희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 정보인권특별위원회 (3인)
권건보 (교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센터 상임활동가)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 자유권전문위원 (12인)
김덕진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성수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지성)
김의형 (변호사, 법무법인 그린)
오병두 (교수, 홍익대학교 법학과)
이상영 (교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이재승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전준형 (전북인권교육센터 소장)
정승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주영수 (교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최응렬 (교수,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아동인권전문위 (1인)
김수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지향)
◇ 외국인인권전문위원 (6인)
김현미 (교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찬운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책자문위원 중복)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대표)
소라미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양혜우 (전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소장)
위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이세)
◇ 장애차별전문위원 (3인)
박종운 (변호사, 법무법인 소명)
배융호 (사단법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사무총장)
조한진 (교수,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고용차별전문위원 (2인)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찬진 (변호사, 제일합동법률사무소)
◇ 성차별전문위원 (2인)
김도균 (교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 진 (변호사, 법무법인 이안)
◇ 민간보조금 사업심사위원 (1인)
양영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국제연대위원장)
◇ 전문상담위원 (14인)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상담소 소장)
김 민 (노무사, 평등노동상담소)
김재용 (변호사, 김재용 법률사무소)
나현정 (임상심리사)
박현희 (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송현순 (변호사, 인천지방변호사회)
이석진 (노무사, 이석진 공인노무사 사무소)
이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세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자유권전문위원 중복)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윤성환 (노무사, 노무법인 현장 인천지사)
위은진 (변호사, 법무법인 이세, 외국인인권전문위원 중복)
조성민 (임상심리 전문가)
최기일 (노무사, 노무법인 현장 인천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