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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명진 스님, ‘마지막 일요법회, 승적 불 태우겠다?’

by 밥이야기 201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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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명진 스님이 오늘 열린 일요법회를 통해 “승적을 불태우겠다.” 라면 봉은사 직영 사찰 문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다시 표현했다. 임기가 끝나는 날은 11월 13일. 이 날은 공교롭게도 전태일 열사가 40년 전에 근로기준법 화형식과 함께 분신자살 한 날이다.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반대를 소신공양으로 보여주었듯이, 넒은 의미에서 전태일 열사 또한 노동 현실에 대한 반대를 소신공양했다.

 
어쩌면 봉은사 주지로서 마지막 일요법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명진 스님. "봉은사 직영문제는 단순히 종단과 봉은사 간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깊이 얽혀 있는 정치권력의 문제다. 내일 모레,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갈 작정입니다. 제 승적을 불태우겠습니다(명진 스님)/오마이뉴스 기사 인용“

 
봉은사 조계사 직영은 이미 결정이 되었다. 후임으로 누가 선정되든, 명진 스님이 재임명 되든 봉은사 직영체제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명목상 무늬만 주지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명진 스님이 재임명되면 달라 질 수 있겠지만,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임명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마 봉은사 신도들은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봉은사를 떠올릴 때마다 봉은사 입구에 걸린 두 개의 현수막이 떠오른다. <중수부 검사 출입금지>와 <거짓말 하지 맙시다>. 원래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가 된 이후로 외부의 접촉을 가능한 피하면서 불교 대중화, 불교 투명화에 앞장 서기 위해 내부 개혁에 전념했다. 봉은사를 통한 불교개혁을 실현 한 셈이다. 그런데 현실은 명진 스님에게 발언을 요구했다. 요즘 명진 스님의 언행은 시대가 만들어 낸 한국의 초상이다. 지성이라면 부당하고 왜곡된 현실에 대해 답해야 한다.

 
794년에 창건된 봉은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三成洞) 수도산(修道山)에 있는 신도수 2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최대사찰 중에 하나. 이 사찰을 꾸리고 있는 명진 스님(59,봉은사 주지스님, 성철 큰 스님 은사로 불문에 입문). 명진 스님은 19세 때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한 이후 87년 민주화운동 당시 불교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 94년 조계종 종단 개혁회의 상임의원을 역임하면 한국 불교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신 대표적인 현실 참여 스님.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불교계를 대표, 반야심경을 봉독하기도 했다. 온 나라가 슬픔으로 가득 찬 날 스님은 일락서산월출동(日落西山月出東)라는 말씀을 하셨다. 해가 서산에서 지면 달은 동녘에서 뜨듯이, 지는 해처럼 당신은 떠나가지만 당신의 뜻과 정신은 떠오르는 달처럼 빛날 것이다는 뜻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로 일하시면서 불교계 처음으로 재정공개, 신도 사업결정 참여라는 종교계에 길이 남을 개혁사업을 진행했다. 사회 각계 인사로 구성된 “봉은사 미래위원회”를 꾸려 개혁을 진두지휘. 말이 그렇지 종교계의 재정공개는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명진스님은 한국의 불교개혁을 위해 참여하고, 지켜보면서 "사부대중(남녀 신도.승려.종무원)“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주지스님이나 이른바 불교계를 대표하는 명망 있는 스님들이 아니라 신도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밑으로의 변화를 직접 실천하신 셈.

 
2006년 11월 봉은사 주지로 일을 시작하시면서 같은 해 12월부터 1000일 기도를 시작한 명진 스님. 절 밖으로 나가지 않고 매일 1000배를 하는 수행하는 힘든 수행과정을 보여 주기도 했다. 현실 참여(개혁)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선승이 바로 명진 스님이다. 그렇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규칙을 깨뜨리고 집 밖을 나오셨습니다. 규칙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아파할 때 규칙을 깨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것 같지만, 화해하고 더불어 이루어가는 유머가 넘치는 법문. 법문이 어렵다는 통념을 깨뜨린 분이 명진 스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 새벽 봉은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인터넷에 대해 명진 스님이 남긴 글을 다시 읽었다. " 제석천의 인드라 망 세계처럼 수없이 많은 그물코에 박혀 있는 구슬들이 그 영롱한 빛을 서로 비춰 발하게하여 장엄의 세계가 이루어졌듯이 봉은사 홈페이지도 그러한 세계로 장엄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명진 스님 법문 중에 "소금의 역할 중에 기가 막힌 것이 있으니, 그게 절이는 기능입니다. 힘을 죽이는 기능입니다. 싱싱한 야채를 소금물에 담그면 고개가 축 늘어집니다. 소금의 절이는 기능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우리는 김치를 담굴 때 소금은 기억하지만, 김치를 먹을 때 소금을 잘 기억하지 않습니다. 배추를 맛나게 절이는 밑간은 바로 소금에서 시작됩니다. 소금 같은 사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눈에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하는데. 소금을 아무렇게나 뿌리려고만 하지, 소금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소금 같은 사람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 중수부 검사 출입금지 " " 독재세력 출입금지 " 이런 말이 사라지는 날이 언제 올까?

 
"제가 왜 봉은사 주지에 연연하겠나, 주지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참다운 불교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저에 대한 집착을 밀어 넣고 한반한발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며 "권력 앞에 당당하지 못하면 종단의 직을 포기해야 한다, 무엇을 잘못했기에 권력 하수인이 돼, 봉은사의 희망을 꺾으려는지 알 수 없다, 결코 좌시하지 않거나 용서하지 않겠다"(명진 스님)

 

봉은사 직영 결정은 정치적이다. 모든 것이 정치적이듯, 한나라당 안상수 발언으로 시작된 봉은사 문제. 봉은사 직영 결정. 누가 보아도 정상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언젠가는 명명백백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필자는 믿는 종교가 없지만, 신앙 속에 담긴 철학을 좋아 한다. 불교는 믿음을 넘어 철학과 수행이라는 가치와 지향이 담겨있다.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믿음만 강조하는 요즘 개신교의 언행은 문제가 많다. 명진 스님은 이제 봉은사를 넘어 실천하는 종교인으로 불교개혁에 큰 발자취를 남기길 기대한다. 아울러 조계종 본부는 과연 불교개혁에 충실한가? 재정투명도는 어떤지 되묻고 싶다. 조계종을 위한 조계종인지. 권력을 위한 조계종인지. 4대강 사업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슬퍼하면 승적을 포기하고 길을 떠난 수경 스님. 명진 스님의 승적을 불태우겠다는 말과 겹쳐 떠오른 일요일. 쉬고 싶지만 편안하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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