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가 기업형 슈퍼(SSM) 관련 규제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위장기습개점을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슈퍼로 이어지는 롯데의 상술에 혀만 차고 있어야 할까. 롯데는 꼬마들 사탕발림(과자, 음료 소비재 등)에서부터 동네 골목대장까지 자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엊그제(21일) 문을 연 롯데슈퍼 원효로점 개장도 공사기간동안에는 가림막에 '스시뷔페식당 입점 예정'이라고 안내판을 부쳐 놓고 위장하다가 기습적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 11일 문을 연 대학로점도 마찬가지. 피자가게를 열 것처럼 눈을 속이다가 새벽에 문을 열었다.
왜 속여 가면서까지 문을 열었을까. 당연 인근 동네 슈퍼나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항의가 무서웠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단 문을 열고나면 그만이다는 생각. 동네 소비자들은 결국 자신들의 슈퍼를 찾을 것이라는 것. 왜냐하면 동네상권과 동네 공동체의 개념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돈 가진 사람들은 동네에 슈퍼 차린 다고해서 관심도 가지지 않을 터, 동네 사람과 인근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 동네 걱정 할 일 없다는 생각뿐이다. 이리 저리 월세나 전세로 이사 다니는 사람이 동네에 깊은 관심 가질 리 없다. 결국 자영업자와 인근 재래시장만 죽을 판.
그렇다면 기업형 슈퍼가 왜 문제이며 롯데슈퍼가 문제인가. 백화점에는 잡화식품코너가 있다. 마트의 중심 컨셉도 잡화식품코너, 이 두 개를 가격차만 달리해서 그대로 동네로 잘라 옮겨 놓았다고 보면 된다. 롯데 슈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 롯데마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나는 이 현상을 ‘동네방네의 세계화’라고 보고 싶다. 세계화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국경을 초월해서 이쑤시개에서 항공모함까지 값싸게 물건을 팔아 보자는 자본의 논리 아닌가. 다른 나라의 경제여건이나 기업의 경쟁력은 그들에게 아무 관계없다. 팔아서 돈을 챙기면 된다. 그 중심에는 다국적 기업과 초기업이 있다. 결국 한국은 대기업들이 지역경제를 말아 먹는 구도다. 전통기업이나 자영업은 안중에 없다. 서민 대다수가 자영업자인 한국의 현실에서 대기업은 지방과 동네 점령군이다. 총, 칼도 들 필요가 없다.
사람인 이상, 동네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작은 슈퍼에서 물건을 구입하겠는가. 조금 값싸고 배달 잘되는 기업형 슈퍼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를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공정사회란 고정사회다. 대기업이 지방과 동네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기업형 슈퍼. 이들의 돈은 다시 중앙으로 돌아간다. 지역의 소비문화만 촉진시킬 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사회공헌프로그램도 위장일 뿐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소비를 위해 매진할 뿐이다.
프랑스의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 조 제 보베가 떠오른다. 왜 농부인 보베가 세계화의 상징 맥도널드 매장 반대를 외치면 극렬한 시위를 벌였겠는가. 동네공동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도시의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길이다. 동네가게가 슈포에게 자리를 내주고, 슈퍼가 24시간 체인점에 자리를 내주고 중간 거점인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기업형 슈퍼에게 자리를 내준다면, 결국 서민경제는 파탄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정사회를 이야기 하면서 이론으로만 무장하려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백번의 공정 보다 낫다는 것은 정부는 알아야 한다. 이런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 경쟁력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제 한국에도 동네방네 세계화에 나선 대기업의 횡포에 대항하는 조 제 보베가 나와야 하는 건가? 쇠사슬을 묶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건가.
* 연행되고 있는 조 제 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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