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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김연아가 먹다 남은 한과와 국가의 품격?

by 밥이야기 201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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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한과박물관에 전시된 김연아 선수가 먹다 남은 한과 설치물(아크릴 투명 상자 접시)

 

 
경기도 포천에 있는 한과박물관에 김연아 선수가 먹다 남은 한과를 전시했다고 합니다. 그 한과는 다름아닌 한식홍보대사에 위촉된 김연아 선수가 지난 5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0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먹다 남은 단호박 유과.

전시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자, 누리꾼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네요. 한국 문화 현실의 먹다 남은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외국인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김연아 선수가 한과를 먹는 사진이나, 한과를 먹고 나서 느낌을 이야기한 내용을 전시하면 되지요. 정말 국가의 품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먹다 남은 한과가 담긴 투명 사각통을 이번 G20 정상회의를 위해 청와대에 특별전시를 하면 폼 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영부인이 한식 홍보에 열을 올리시고 계시니... 혀를 찰 노릇입니다. 김연아 선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요? 박물관 측은 양해를 구하고 전시를 한 것일까요?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개인사 박물관이라면 이해라도 할 것 같습니다. 매번 문화, 국가의 품격을 이야기하는 전시행정관들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번 외국 문화 사찰 다녀오면 뭐 하나요? 쇼핑만 잔뜩 하고 귀국하나요? 먹다 남은 양주나 음식가지고 한국에 와서 풀어 놓으니... 그 수준이지요.

 
김연아 선수야 죄가 없지요. 이름값만 내세워 전시행정하려고 했던 박물관의 낮은 인식 수준이 문제입니다. 먹다 남은 한과라도 전후사정 스토리가 있다면 이해라도 하지요. 예를 들어 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한과를 먹어서 금메달 따는데 보탬이 되었다. 잊을 수 없는 한과였다. 초콜릿보다 에너지원으로 그만이었다. 뭐 이런 스토리가 있어도 웃길 노릇인데. 그냥 먹다 남은 한과를 전시 한다는 것은 무개념 입니다. 그래서 무뇌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에서 기획하거나 운영하는 전시를 살펴보면 한심한 수준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제 스노우보드 점프대회도 떠오릅니다.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 문화는 생생내기가 아닙니다.

 
국가의 품격은 문화의 깊이에서 나오지요. 이제 한국에도 이제 문화적 감수성이 있는 대통령이 나와야 합니다. 문화를 알아야지, 시민들이 생활 속에 시나브로 파고 들 정책이 살아나지요. 자전거 도로만 만든다고 자전거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적없는 지방 허허벌판에 땅 갈아엎어 자전거길 만들면 누가 자주 이용하겠습니까. 문화의 질이 떨어지면 정부 홍보도 날림 홍보물이 만발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들어 얼마나 유치찬란 홍보선전이 드높았나요. 정권 끝나면 전시 한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범 김구의 '내가원하는 나라'와 '껍데기는 가라'의 신동엽 시인의 시를 옮겨 보면서. 김연아 선수가 먹다 남은 한과와 국가의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김구)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곤가 불리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하지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탱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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