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은 서울시가 마련한 ‘낙지 데이’. 서울시 공무원 그들만의 날이다. 글 제목에 <오세훈 시장의 낙지 데이>라고 쓴 이유는 서울시 행정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지의 날은 면피용이요, 전시성 행정의 표본이 될 것 같다. 서울시는 지난 9월13일, 백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 낙지만 표본으로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카드뮴 낙지’ 발표. 언론마다 낙지 머리에 중금속이 기준치의 열배 이상이 넘는다는 ‘낙지 공포 신드롬’을 전파했다. 낙지 어민들과 낙지를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얼마나 먹을거리 안전에 민감한가. 서울시가 얼렁뚱땅 낙지 머리를 들먹이자, 낙지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심하게 흔들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서울시 낙지 데이를 보면서, 한승원 소설 <낙지같은 여자>가 떠올랐다. 그 틈새로 원작을 극화한 베스트 극장도 함께 돋아났다. 송옥숙과 정진이 출연한 베스트 극장 낙지같은 여자에서 두 배우는 낙지를 마음껏 먹었다. 갯벌에서 어시장에서. 특히 정진은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생생 드라마였다. 한마리도 아니로 여러마리를 거뜻이 먹어 치운 배우 정진. 방송이 나간 후, 낙지 요리는 인기를 끌었다. 낙지 먹는 모습을 보연준 정진도 마찬가지. 이렇듯, 방송이나 언론에 비치는 먹을거리는 사회에 많은 이야기를 전파하고, 영향을 준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이 낙지 먹는 모습은 부담스러웠다.
낙지 파동이 드세 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낙지 내장은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통해 서울시가 조사 대상으로 삼았던 낙지 중 한 마리는 중국산이라고 발표했다. 실험 대상 설정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겠는가. 단 세 마리 낙지를 조사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발표해 버리면, 그 다음 일어날 책임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낙지67마리를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최소한 낙지 머리와 내장에 중금속 수치가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면, 국내산 낙지와 중국산 낙지(수입산 낙지)를 구분해서 많은 숫자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아울러 서울시가 발표하면 일으킬 파장에 대해 감안했어야 했다. 대표성을 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 정부 관련 부처와 논의절차를 거쳐야 했다.
오늘 서울시 낙지 데이에 등장한 낙지요리에는 먹물과 내장이 빠졌다고 한다. 낙지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먹물과 내장은 낙지요리나 다양한 음식요리에 쓰인다. 먹물은 특히 화장품 소재로 쓰이지 않는가. 목포 현지에 가면 낙지 내장과 먹물요리는 알짜배기 단골 손님메뉴다. 요즘의 바다 사정을 감안한다면, 낙지 머리와 내장에 중금속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중금속 수치가 높다는 발표를 하려면 보다 정확한 조사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지 못했다.
서울시의 낙지 데이는 자신들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겠다는 면피의 날이다. 진정 낙지 머리와 내장에 문제가 있다면, 낙지 먹으면서 쇼하는 것보다, 다시 표본 수를 늘려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지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에게는 큰 충격이다. 소비자 또한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말을 들어야 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낙지에 대한 불안바이러스를 퍼뜨려 놓고, 낙지를 먹는 모습이 쇼맨십 행정, 정치로 보일뿐이다. 낙지 데이 보다 낙지 조사의 날을 마련 낙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어야 한다. 왜냐 하면 서울시가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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