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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이마트 피자에는 공정과 상생이 없다

by 밥이야기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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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마트 피자의 공습’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이쑤시개부터 항공모함까지 돈 되는 것이라면 다 해본다, 라는 대기업 관행에 대해 글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었다. 하지만 이미 공습이 시작된 마당에 피자를 실은 공급선 비행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필자도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탄에 그쳤다. 왜냐면 현실의 관행과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 피자 판매 논란이 잠시 확산되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목표는 서민들이 저렴하게 드실 수 있는 피자를 개발하는 것. 마트에 가면 떡볶이, 국수, 튀김 안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 삼느냐. 고객의 선택이다.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냐? 님이 재래시장을 걱정하는 것만큼 재래시장이 님을 걱정해 줄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재벌가 세상 밑바닥 물정 모르는 경영자다운 인식이다. 이런 경영자에게 상생과 공정이 씨가 먹히겠는가.

 
이마트의 상술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깨끗한 시설에 박리다매로 물건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돈 되는 것은 다 판다. 회 초밥도 팔고, 통닭도 튀겨 팔고 순대도 판다. 어디 그뿐이랴. 재래시장을 대형마트라는 이름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주인만 바뀐 꼴이다. 다시 말해 재래시장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다. 사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의 힘으로 만든 대형마트는 한 사람이 주인이다. 주인의 규칙에 따르는 사람만 물건을 댈 수 있다. 이들의 이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유통이다. 자신들의 판매대 위에 팔 수 있는 물건을 제공하는 업체만 잘 선별하면 된다. 이마트에 물건을 판매하고 싶은 중소기업이 줄 서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중간마진을 챙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재래시장과 다르다. 이익이 더 생길 것 같으면, 관련 회사를 통해 피자처럼 직접 공수해 팔 수 있다. 이미 이마트는 떡뽁이, 국수, 튀김까지 팔며 동네방네 지역 자영업자들을 초토화시켰다.

 

정용진 부회장의 논리는 결국 초토화시켰는데, 공정한 룰은 없다. 싸게 팔면 되지 왜 피자는 안 되느냐 라는, 논리는 승자의 자만이다. 자신들이 자본의 힘으로 패배시킨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 그렇기에 피자 또한 문제될 것 없다라고, 보는 것은 정용진 부회장의 인식의 한계다. 피자뿐이겠는가. 이들은 골목 슈퍼(SSM)까지 진출하려고 했다. 반대 여론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들이 슈퍼사업까지 진출했다면 변명 논리는 같다. 조금 더 값싸게.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정부는 공정한 사회와 대기업의 상생을 이야기 하면서 SSM 규제법안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 개정 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과 상생이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 자신의 왕국 안에서 오뎅 팔고 피자 파는 것과, 비싼 건물임차비용에 시설비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뎅과 피자를 파는 동네 가게와 비교한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기만 하다. 그러면서 출발점이 동일한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까?

 

어제 이마트에 들렸다. 피자판매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피자 한판 구입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인기다 싸고 크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다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소비자 판단이 중요하지만, 소비자를 길들인 것이 누구인가 그 주체를 생각해 볼 때다. 배추 값이 폭등했을 때, 마트나 포장 전문 김치회사의 움직임을 보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배추도 현지거래나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추 구입 시기를 조금 늦춰 절임배추를 구입하면 배추값 폭등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정보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대형으로 움직이는 마트나 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영세 상인이나 농부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많이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나 대형마트가 소비의 패턴을 바꾸었듯이, 바뀐 소비 패턴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길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종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시대의 자화상을 계속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다면 상생과 공정이라는 말을 폐기시키는 것이 맞다. 서민을 위한다는 표현도 접는 것이 낫다. 지역경제가 살지 않고, 중소기업, 자영업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결국 배추 값 폭등이 보여 주었듯이, 그 피해는 시나브로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사진:밥이야기

 

몇 년 전 KbS스페셜에서 방송된 '오래된 미래 CO-OP, 볼로냐-부산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부산과 이탈리아의 도시 볼로냐를 비교하면서 지역경제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언급했다.1970년대 신발과 목재사업으로 지역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부산.이제 부산은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 전락해버렸다.

 이탈리아 유서깊은 도시 볼로냐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가장가난한 도시중에 하나였다.1800년대 부터 경제학자들로 부터 대안경제의 한 모델로 제시되었던 협동조합.1884년 영국 설립된 로치데일 공평개척자 조합이 설립된 이후 이탈리아, 스위스를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이제는 다국적기업의 대형마트를 인수 할 정도로 유럽의 협동조합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주식회사를 대신할 대안경제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볼로냐 재래시장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테스토니 - 공방협동조합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

 

 
분배,평등,자치,협동,상호부조의 정신을 근간으로 발전된 볼로냐의 협동조합은볼로냐를 유럽에서 3번째로 잘사는 도시로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지역에 돈이 없다는 것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통산업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기업에 의해 지역경제가 잠식되어 돈이 다시 지역을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부산의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 공통적으로 같은 처지에 빠져있다. 지역이 살려면 돈이 지역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럴러면 지역특색에 맞는 작지만 내실있는 소기업들이 살아져야 한다. 또한 대기업에 납품(대형마트 물품)하는 납품 가격도 현실성있게 조정되어야 한다. 볼로냐에 있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한 대형마트에는 70%이상을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판매하고 있으면 다국적기업의 물품이나 담배, 술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물론 이탈리아 볼로냐와 우리의 현실은 다르지만 현실 가능한 제도와 방안은 배우고 받아 들이는 전향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여하다. 우리가 사먹거나 구입하는 제품은 다 누구에게 돌아가는 가? 농민에게 소기업에게 물류비용 마케팅비용으로 대기업에 대부분이 돌아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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