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포기 춤추며 노래 부른다. 어둠 뚫고 햇빛 받으며 농부와 함께 배추포기 춤추면 얼마나 좋게는가. 배추가 아니라 가격이 춤추고 있다. 배추는 배추대로 농민은 농민대로 어깨 힘빠졌다. 변화무쌍한 기후, 태풍, 폭우로 인해 배추 공급이 꽁꽁 묶여 있다. 배추 한 폭 가격이 1만 5000원 대라는 보도가 쏟아진다. 전년대비 10배 상승. 배추대란, 김장대란이 일어날 것 같다. 배추뿐만 아니다. 김장 친구들, 무, 양파, 파 등 채소들도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젓갈류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배추가 기세 좋게 덩달아 춤출 것 같다.
4대강 사업으로 배추 재배 면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부는 해명했지만, 무관하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가장 큰 영향은 아무래도 예측 불허 날씨 탓. 몇 년 전 만 해도 쏟아진 중국산 배추와 풍작으로 배추 값이 폭락하지 않았는가. 이래저래 배추를 생산하는 농가만 힘든 실정이다. 가격이 오른들 농가 소득이 오르는 일도 없다. 그럼 그 혜택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과 도시 서민들. 김치가 금치가 된 들 대형마트나 대형 도매업자에게는 큰 손해가 없다. 가격이 1만 5000대가 된들 농민들에게 얼마나 돌아가겠는가.
김치를 판매하는 식품가공회사나 생협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며칠 사이에 대부분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공급도 공급이려니와 치솟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가공김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 같다. 풍족할 때는 외면하다가, 부족할 때는 찾고 싶은 것이 사람 본성이다. 외식이 많은 도시 직장인들이나, 맞벌이 부부를 생각하면 김치를 얼마나 먹겠는가. 하지만 직장인들이 즐겨 먹는 한식을 생각해보자. 김치와 관련된 음식가격은 균형을 유지할까?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는 얼마나 궁색하게 나올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김치 생각 간절해진다. 수지타산을 생각해보면 음식점에서도 당연 중국산 배추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민과 도시민들의 연대 - 생협운동의 확산이 필요
그러면 바꿔 놓고 생각해보자. 중국도 이상기후로부터 안전할까? 국내 배추 공급이 기후변화로 가격이 폭등하듯, 모를 일이다. 결국 배추 가격은 배추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배추와 채소 경작을 하겠는가? 가격이 폭락해도 폭등해도 힘들기만 한 농가의 현실. 도시 서민의 비애는 계속 될 것이다. 농업은 언제나 경제정책에서 가장 떠밀려 있는 분야다. 쌀을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는가. 땅값은 오르고, 농경지는 사라지고, 기업농 외치고 쌀가공식품 만들어 팔자는 정부의 논리는 너무 궁색하다. 항상 농업분야는 임시방편. 농촌을 희생시키고 발전한 도시는 외면한다. 농민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가격이 올라도 울며 겨자먹기지만 참을만 하다.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쌀 한톨, 배추 한포기에 얼마나 농부의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가.
땅값은 오르고 재배면적은 줄어들고, 농민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살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모두의 비극이다. 식량자급률이 27%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농업의 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4대강 사업으로 얻는 것 보다 사라지는 것이 더 많다. 농가도 많이 사라지지 않는가. 개발이익이라는 것은 결국 소수가 가지고 있는 땅값 상승과 건설회사의 호주머니와 채워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인하지 말라.
이런 불편한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대안은 결국 도시서민과 농촌을 잇는 생협 운동과 직거래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 농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고 좋은 품질의 농수산품을 도시민들이 공급받을 수 있는 운동에 계속 주목하고,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농민은 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칙에 연연하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고, 도시민은 보다 안전하고 균형 있는 가격대의 식료품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마트다. 대형마트는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거쳐 손길이 닿아있는 유통체제는 물품을 공급하는 쪽과 종속적 관계다. 왜 이들이 지역마다 생산 농가의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가. 값싼 물품공급이라는 이름아래 대량 공급, 기업식 농업을 통해 시장(가격)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규모 농업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니면 종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연 배추가격은 공정한가. 언제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공정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공정하지 않은 가격에 절망해왔다. 기후변화로 아열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한반도. 마냥 하늘 탓으로 배추값 폭등 이유를 돌리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포기 춤추고 농민이 춤추는 세상은 일상의 생활정치를 펼치는 도시민들의 혜안과 참여가 절실하다. 정부는 결코 농부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 몇 년 전 해남의 유기농 배추 농가를 방문해서 찍은 사진, 그 때만 해도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800원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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