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보신각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명예훼손 규탄 및 서울경찰청장 파면촉구를 위한 시민대회’가 열렸다. 유시민씨의 연설을 듣다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한 세월의 바람이 뜨겁게 땅에서 달구어 올랐다. 태양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의 훈기가 아니었다.
노무현은 자신의 과오를 죽음으로 대신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어떤 이는 비겁하다고 야유를 보내고, 또 다른 이는 자신의 피붙이 죽음처럼 아파하고 있다. 노무현의 자살을 해석하는 것은 자유롭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평가 또한 열려있다. 하지만 노무현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들의 과오는 없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우리의 잘못은 없는지. ‘우리’라는 표현은 싫지만, 오늘 만큼은 ‘우리’를 찾고 싶다.
요즘은 글 같지 않은 글을 왜 써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늦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유시민씨가 말한 것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더 꽃 피워 내고 뿌리 내릴 민주주의 가치를 뽑아서 수몰시켰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로마의 반역을 의미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아니다. 이미 국민에게 반역한 죄를 물을 때이다. 그 길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죽자는 것이 아니다. 더 뻔뻔하게 살아, 이명박 정부를 거부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를 통해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생각은 그 다음 몫으로 남겨두자.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고인을 두 번 욕되게 한 이명박 정부와 조현오씨로 인해, 결국 말을 넘어 행동하는 양심들을 모아 낼 것이다. 가장 부패하고 비리로 똘똘 뭉친 집단에게 계속 정권을 맡긴다면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부활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좋은 것은 이어 받고, 잘못된 점은 교훈으로 삼아 이어짐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것은 없다. 재해석의 시대다. 단절의 정치는 결국 단절되게 마련. 막말정치를 끝낼 때가 시나브로 나가오고 있다. 폭염과 폭압도 한 때다. 과오를 인정하자는 강요가 아니다. 과오라는 일말의 책임을 느끼는 각오가 필요하다. 노빠와 유빠을 좋아하는 세력이건 좋아하지 않는 세력이건 이명박 정부의 만행을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월의 광장을 뛰어 넘는 광장을 다시 열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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