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윤흥길의 소설 ‘완장’과 이명박 정부의 ‘완장’

by 밥이야기 2010. 7. 24.
728x90

 

지금은 개그맨인지 배우 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멀티 연예인 조형기.  한 때 즐겨 보았던 MBC 베스트셀러극장. 윤흥길 단편소설 <완장>을 바탕으로 만든 단막드라마가 생각난다. 저수지 관리인 임종술 역을 신들리게 소화해 낸 조형기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다.

 
윤흥길이 쓴 대표작 '완장.' 평론가 김병익은 '완장'을 한국판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견주어 비교하기도 했던 소설이다. ‘완장’은 땅 투기로 돈푼깨나 만지게 된 졸부 최 사장이 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면서 시작된다. 대책 없이 안하무인격으로 살던 임종술은 저수지를 지키는 최 사장의 ‘완장’을 차게 된다. 임종술은 ‘완장’을 차고 나서부터는 ‘환장’한 듯 권력의 맛에 길들여 간다.

 
"종술이 자네가 원한다면 하얀 완장에다가 빨간 글씨로 감시원이라고 크막허게 써서 멋들어지게 채워줄 작정이네."
“ 가락으로 건드려도 넘어지게 생긴 허약한 녀석일지라도 반장 완장만 찼다 하면 백팔십도로 달라져서 으레 남들을 호령하는가 하면….”

"종술아, 니가 시방 차고 앉었는 그게 뭣이냐?"
"완장이라고 그러는디요."
"완장은 좋은 것이냐?"
"없는 것보담사 있는 쪽이 휘낀 낫지요."
"남보담 잘났다는 표적으로 차고 댕기는 것이 완장이란 말이냐?"
"뭐 잘났을 것까지야 있을꼬마는... ... 그런다고 못났을 것도 없겄지요."
"아니다. 모자란다는 뜻이다. 모자란 만침 아직도 더 채울 것이 있는 사람이란 표시니라." (소설 완장 중에서)

 
“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이미지가 ‘완장’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문제로 사퇴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참여정부 막바지에 노사정 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중씨가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MBC 신경민 앵커가 친구다는 이유로 사임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그당시 원내 대표)도 소문을 전해 듣고 “ 내가 당정청 회의 등에서 당시 이영호 비서관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홍준표)”고 한다. 2년 임기가 보장된 노사위원장.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김성중씨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성중씨 뿐이었나. 한, 두명이 아니다. 노골적으로 암묵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강제로 퇴출당했다. 이명박 정부의 ‘완장’. 완장 찬 사람들이 자신의 맡은 저수지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완장을 권력의 상징으로 여기고 월권행위(권력남용)를 한 것이 문제다. 완장을 채워주고 방치한 이명박 대통령 책임도 크다. 완장에 환장한 사람들. 시대는 바뀌었지만, ‘완장’은 아직 그대로다. 이명박 정부의 완장 역할을 자임한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완장을 차고 '나 완장찼노라'를 외친 윤흥길 완장에 등장하는 임종술 유형과 소리 소문 없이 권력을 등에 엎고 권력을 휘두른 유형들로 나뉘어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파 완장들이 더 무서운 세력들이다. 이들의 실체가 지금 하나, 둘씩 벗겨지고 있다.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