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천안함 진상 특위가 엊그제(25일) 종료되었다. 두 달간 두 차례 회의. 정말 의스럽다. 진상 특위가 아니라 의문 특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진상 특위에서 가장 열심히 고전 분투한 두 위원을 꼽으라면 최문순(민주당)과 이정희(민노당) 두 의원이다.
천안함 진상 특위의 활동을 글로 압축해서 표현한다면, “진실은 멀고, 의문은 가깝다”. 천안함 사건은 사건에서 사태가 되었다. 사건으로 종결될 일이 사태로 이르게 된 것은 정부 탓이다. 군 당국과 정부는 한마디로 오합지졸이었다. 헤매는 것 까지는 넘어갈 수 있었는데,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진상 규명은 철저하게 정치적이었다. 거짓말은 정치적 수사의 하나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은 끝 모를 바다 밑바닥,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과학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정보는 차단된 체 진실인양 부상했다. 북한의 어뢰 폭발을 믿고 싶었지만, 신뢰를 잃은 정부의 논거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6.2 지방선거는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과 정부가 오락가락, 국민을 속인 위정에 대한 심판이었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천안함이 그렇다. 천안함 국회 특위는 끝났다. 끝에서 다시 시작이다.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은 ‘뫼비우스 띠’. 처음과 끝이 없다. 결국 천안함 진상규명은 국정감사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정보를 개방하고 북한이 저질렀다는 확실한 정황과 증거를 다시 잡아내어야 한다.
천안함 침몰 조사결과를 지켜보면서 회의론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칙과 상식을 침몰시켰던 천암함. “옳다는 근거가 없으면 믿지 말아야 한다” 의문을 위한 의문에 빠진 회의론은 문제다. 하지만 상식적인 회의론은 중도적 시각에서 꼭 필요하다. 세상을 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일치를 본 과학적 사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지 않는가!
버트런드 러셀은 말했다. 첫째,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문제의 경우, 비전문가는 그에 반하는 의견은 의심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 문제의 경우, 그에 대한 어떤 의견도 비전문가는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셋째, 전문가들이 받아들일 만큼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의견이라면, 그에 대해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주장 중에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는 의견은 없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그렇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누가 합리적인가, 왜 의심을 하는가, 처음으로 돌아가 합리적 소수의 목소리에 귀담아, 천안함 침몰 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회 천안함 지상조사특위는 진상조사로 가는 문이었을 뿐이다. 아직 문은 활짝 열리지 않았다. 열린 방 안에 쌓여있는 자료라도 제대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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