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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기는 밥이야기/밥이 환경이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냉장고 사용법?

by 밥이야기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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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수다 1


1.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냉장고를 사용하세요.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폐기될 때까지 작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 냉장고입니다. 24시간 매일매일 전기를 먹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소비효율이 조금만 차이가 나도 결과는 하늘과 땅차이랍니다.


2. 음식을 이웃과 나누세요.
손님을 치루고 난 뒤에 음식이 많이 남았거나 선물로 먹을 것이 많이 들어왔을 때 냉장고에 넣어두기 보다 이웃과 나누어 보세요. 신선할 때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고, 이렇게 나눈 음식으로 이웃과 관계도 하나 둘 만들어져 삶이 더욱 넉넉해집니다. 
 

3. 냉장고에 있는 음식물 종류와 유통기한을 써 놓으세요.
만두, 찐빵, 햄 등은 아차 하는 순간에 유통기간이 지나버리기 쉽습니다. 냉장고 밖에 음식물 종류와 유통기간을 써 놓으면 기억하기 쉬워 날짜가 지나 버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4. 고기는 먹을 만큼만 사고 생선은 일주일 이내에 드세요.
고기나 생선을 냉동실에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랍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이 많은 등푸른 생선들은 공기 중에 산패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래두고 먹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5. 제철음식은 바로 구입해서 되도록 짧은 기간 안에 드세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오래 저장해둘수록 신선도와 영양분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제철음식을 오래두고 먹기보다 제철에 맛있게 먹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6. 음식물을 저장할 때 비닐이나 랩보다는 밀폐용기를 사용하세요.
냉장고 안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양의 비닐과 랩이 들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쓰레기로 나와 환경을 오염시키니 재사용이 가능한 밀폐용기에 음식물을 저장해 주세요.


7. 가족과 함께 차리고 감사히 먹는 밥상을 이야기하세요.
살림하는 사람이 혼자 애쓴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가족과 함께 내 생명을 이어주는 밥상에 대한 고마움과 밥상이 차려지기까지 자기 몸을 내어준 여러 생명들을 감사히 여기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냉랭한 수다 2

환장? 환상!적인 냉장시대

오늘날 도래한 냉장시대에는 냉장고라는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를테면,


● 각양각색의 냉장·냉동식품부터 그것들을 담고 있는 비닐 포장지와 그 속에 넣는 보존제 ● 냉장식품들을 싣고 달리는 냉장 차량들 ●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홈쇼핑 판매에서 당당히 일등 먹은 별의별 모양과 크기, 용도의 냉장·냉동실용 밀폐용기 ● 인터넷 장보기 때 딸려오는 배보다 더 큰 배꼽, 스티로폼 박스와 보냉팩 ● 찬 음식들을 순식간에 데워주는 전자레인지와 전자레인지 전용용기 ● 마트 한쪽을 꽉 채우고 있는 탈취제  ● 지구를 열 받게 하는 프레온 가스 ● 냉동실만큼이나 추운 겨울에도 어김없이 날라 오는 전기요금 고지서 ● 냉장고 자석 등등


소설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에서 ‘나’는 어느 무더운 여름, 중고 냉장고를 구입하게 된다. 냉장고가 참기 어려운 소음을 내자 중고 가전상을 원망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에 냉장고와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 후 그 시끄러움과 동고동락하면서 점차 냉장의 역사를 이해하게 되고, 냉장의 역사가 곧 부패와의 투쟁의 역사이며 자신이 ‘환상적인 냉장시대’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 등장한 냉장고. 부패와의 투쟁의 역사이자 이 음식 보관의 역사는 어느덧, ‘금방 먹을 수 있는 무언가를,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식품 각각의 특성대로 나누어 보관할 수 있는가’하는 고속화, 대형화, 분업화, 세분화된 음식 보관의 역사로 돌입해 맹렬히 전진 중이다.
덕분에 냉장고 속 음식들은 더 오래, 더 맛있게 보관할 수 있게 된 반면, 냉장고 밖 세상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있다.   

 


냉랭한 수다 3

고작 네 시간뿐 이라고요?
뉴욕에서 일어난 세 번의 정전

 

미국 뉴욕에서는 21세기 들어 세 번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했다.
2003년 8월 14,15일 이틀 동안 5천만 명에게 전기 공급이 중단된데 이어, 2006년 7월엔 더위에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기가 끊겨 퀸즈 지역 주민 17만4천 명이 무려 일주일 간 암흑 속에서 지내야만 했다. 작년 2007년 6월 27일에도 50여분 동안 정전이 일어났다. 이날 정전으로 38만5천여 명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다.  


미국의 전력 붕괴 시나리오에 의하면, 두 시간 후 사람들이 전철과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도로로 나오고 휴대폰과 전화를 동시에 쓰면서 전화와 인터넷이 혼잡, 불통이 되며, 네 시간 후 냉장고의 음식이 부패하기 시작하고 은행 ATM 창구에 줄을 서기 시작하며, 여섯 시간 후 기름이 떨어진 자동차들이 주유소와 도로에서 방치되어 혼잡을 낳고, 여덟 시간 후 수퍼마켓과 음식점, 금융기관 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며, 해가 진 후 거리에 떼 지은 사람들이 폭도화되어 혼란이 가중된다고 한다. 

 

냉랭한 수다 4

꿈꾸는 그녀들과 꿈에서 깬 그녀

 

A는 무척이나 빵을 좋아했다.


A는 빵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했다. A는 빵을 먹을 때 그 빵을 가장 최고의 맛으로 먹기를 원했다. A는 빵들에겐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빵 냉장고를 구입했다. A의 빵 냉장고는 매우 좋은 것으로, 칸마다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빵마다 최적의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A는 이 부분에서는 매우 까다롭게 굴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냉장고를 갖게 된 A는 행복하다. A의 빵 냉장고에는 A가 좋아하는 빵들이 최적의 온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A의 진지한 이야기에 B는 크게 비웃었다.


B는 화장품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B는 화장품들에겐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는다. 빵 따위와는 다르게 화장품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B는 말했다. B는 화장품 냉장고를 화장대 옆에 두었다. B의 화장품 냉장고에는 굉장한 화장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화장품 냉장고는 항상 ‘최적의 온도’를 유지했고, B는 자신의 냉장고에 대해 만족했다.

 

B의 화장품 냉장고를 본 C는 코웃음을 쳤다.


C는 와인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그깟 민감하지도 않은 빵 따위와, 어느 온도든 상관 없는 화장품과는 달리 와인에게는 ‘최적의 온도’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C의 와인 냉장고도 칸마다 온도가 다르다. 와인도 최적의 온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칸에는 얼음이 함께 들어 있기도 하다. C는 와인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 마실 때마다 무척이나 행복해 했다.

 

C의 모습을 본 D는 인상을 찌푸렸다.


D는 매우 커다란 냉장고를 가지고 있다. 딱히 어떤 특수한 용도를 가진 냉장고는 아니지만, 최신형으로 크기도 굉장히 크다. D는 냉장고 크기와 성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쯤은 돼야 냉장고라 말할 수 있는 거라며, 그깟 작은 냉장고들 따위는 쓸모없다고 했다. 자랑할 만큼 D의 냉장고는 무척이나 크며, 또한 굉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D의 냉장고 안은 그 크기가 무색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다. 그래도 D는 큰 냉장고를 바라볼 때마다 흐뭇해했다.

 

E는 D의 냉장고를 보고 사치품이라 했다.


E의 냉장고는 냉장 전용이다. 중고가게에서 구입한 작은 냉장고다. E의 냉장고 안은 음식들로 꽉 들어차 있으며, 중고답게 성능이 좋지 않고 불안정하다. E는 아직 쓸만하다며 가끔 꺼지는 냉장고를 보면서도 소탈하게 웃는다. 주위 사람들 모두가 E에게 제발 냉장고를 바꾸라고 말한다. E는 자신의 냉장고는 자신의 냉장고답다고 이야기하며 바꾸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참고로 자취집 냉장고는 E의 냉장고 쪽. 그러나 E와 다르게 매우 바꾸고 싶어한다. 아마도 설날이 지나면 냉장고를 바꿀 듯? 불안정하고 성능이 좋지 않은 중고 냉장고 따위 ㅠㅠ
- 생순이의 몰래몰래 이글루 <Triple F> 

 

당신은 A부터 E 중 누구와 닮아있는가. 대부분 속을 꽉꽉 채운 C의 냉장고에 김치 냉장고까지 섬기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생활 안팎에서 강도 높게 생태적 삶을 실천해나가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부인은 ‘좋아하는 냉커피를 마시지 못해 아쉬울 뿐 이젠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먹는 주체’, 그녀는 ‘살림의 주체’. 사람들은 그녀보다 그를 먼저 알아보지만, 그녀는 그보다 한수 위다. 21세기에도 냉장고 없는 삶이 가능한 걸 알고 나니, A부터 E에 이어 그녀의 부엌이 마구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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