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SBS 방송 토론을 보았습니다. 오늘(15일) 00:15에 시작, 01:45분 무렵에 끝난 경기도지사 출마 후보 토론. 김문수 현 경기도 지사와 1차 여론 투표 결과, 민주당 김진표 후보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1차 야권 통합 후보로 지명된 유시민 후보.
언론에 알려지다 시피 두 후보는 대학 선후배 사이이자 학생, 노동 운동 당시 영향을 주고받았지요. 두 사람 다 방송 토론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급이라, 뜨거운 격전을 예고했지만, 오늘 새벽 벽두에 시작된 토론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라는 노자의 철학을 기본으로 깔았는지 부드러웠습니다. 언변과 고집, 나름 자신만의 캐릭터가 강한 두 사람. 물러서지 않는 난장을 예고했지만 너무 차분해 보였습니다. 김빠진 사이다는 아니었지만, 내심 치열한 닭싸움(?)을 기대했는데....
방송 토론. 선거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3가지 요소가 참 중요합니다. 이미지(코디네이션), 침착성, 설득력입니다.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두 후보간 세 부분을 평가한다면, 유시민 후보가 강세를 보였지요.
김문수 후보는 조금 피곤해 보였고, 초반에 목소리가 떨려보였습니다. 너무 공손함을 강조해서 그런지, 평상시 김문수 후보가 방송에서 보여준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다고 할까요?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고 주의주장을 펴는 스타일인데....
반대로 유시민 후보는 자신의 강한 얼굴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었네요. 방송 토론에 앞서 출연자들은 간단 화장을 하지요. 특히 출마 후보들은 별도로 미용코디네이터를 둡니다. 넥타이도 특유의 노란색. 유시민 후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지요. 조금은 억지스러워 만화캐릭터 같은 인상도 주었지만 나름 좋아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미소를 많이 짓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배합을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두 후보가 똑똑 부러지는 언변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사회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벌어진 두 후보자 토론 질문은 크게 6 가지
1. 수도권 규제 완하
2. 경기도 복지정책
3. 공약 검증
4. 후보자간의 칭찬 릴레이(장단점이 아니라 서로 장점을 묻는)
5. 주제토론
6. 마지막 발언
김문수 지사는 특히 경기도 복지 예산이 4년전에 비해 20%를 넘겼다고 강조했고, 특히 경기도에서 벌인 무한 돌봄 서비스 사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이야기 했지요. 유시민 후보는 참여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지요. 유시민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에 복지를 강조했기에 그 영향이 미쳐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후퇴된 분야가 복지와 통일 분야이니까요. 자신이 경기도지사가 되면 복지를 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유시민 후보는 특히 토목공사는 복지가 아니다고 말했지요. 경기도 교통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남부와 북부의 격차를 이야기 하면서 고속철도(GTX)와 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유시민 후보는 교통체제도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지금 있는 도로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4대강도 언급 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토론 주제로 빠지고 있지요. 유시민 후보는 4대강 사업을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이 경기지사가 되면 ‘도지사 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습니다.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제 2의 6월항쟁’이 재현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면 무상급식(의무급식)에 대해서 김문수 지사는 유시민 후보와 의견이 같다고 했지만 유시민 후보는 철학이 다르다고 반문했습니다. 김문수지사는 소득수준에 의한 단계적 도입, 유시민 후보는 학급별 단계적 추진에서 전면적 추진. 쌍용자동차 문제도 유시민 후보는 노동운동 출신이 김문수 후보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과연 무엇을 했냐고,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시민 후보는 김문수 지사의 용기, 부지런함, 집념을 높이 평가했고 김문수 지사는 유시민 후보에 대해 자신이 감옥살이했을 때 도와준 관계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지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어제 토론의 핵심은 개발논리 대 소프트웨어였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애당초 작정하고 유시민 후보의 당 만들기(당적 옮기기)에 대해 따져 물었지만,
유시민 후보가 겸손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효과가 없었습니다.
민중당의 중심에 있다가, 한나라당으로 말을 옮겨 탄 것을 기억하셔야지요?
김문수 후보는 싱가포르 사례를 언급했지만, 사실 경기도 시정과
싱가포르를 비교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각 나라의 지역적 특색, 종교, 문화, 정치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싱가포르를 언급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두 후보자간 2차 방송토론은 유시민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김문수 후보도 박근혜 의원에게 러브콜만 보낼 것이 아니라,
지난 4년간의 경기도정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남은 선거기간 선전하길 바랍니다.
주요 후보자 방송 토론도 끝장 토론을 한 번 하는 것이 어떨지,
주어진 시간 안에 정책과 지향을 다 소화해내기란 힘들지요.
유권자가 판단 할 수 있는 좀 긴 시간에 거쳐 후보를 검증하는 토론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KBS도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4대강 사업을 피하면 안 됩니다.
당신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지요. 공익방송이 정부방송을 자처하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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