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트위터에 접속해 보니 저의 팔로어 중에 한 분이 글을 올려놓은(링크) 것을 발견했습니다.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공명이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시작된 내용에는 6년 동안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대학생의 작은 울림이 담겨있더군요.
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유리잔이 같은 파장, 진동수의 소리를 만났을 때 깨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현상을 '공명'이라고 일컫습니다. 얼마 전 김예슬씨의 자퇴를 선언하는 대자보는 저에게 같은 파장의 소리를 내는 '그 무엇' 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숨죽여 읽고 또 읽으며 저는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기사와 글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그 글들을 읽으며 그간의 제 생각들을 곱씹어 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의 부모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제 주변사람들에게 보내는 글-즉 편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라 생각하고 쓰려고 합니다. 사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쓰는 글이기도 하고 그 동안 침묵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기억하며 학교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고려대학교 김예슬(경영학과 3년) 학생이 자퇴를 하면서 쓴 글은 교육 문제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오늘 글을 올린 대학생(지혜)의 글도 김예슬 씨가 느끼고 고민하는 내용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휴학,복학의 반복. 취직 시험을 위한 준비학원이 되어 버린 대학.....
지혜라는 대학생은 토지수탈과 해외식량기지 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환경,생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시점과 관점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상아탑이 취지탑이 되어 버린 대학에서 지혜라는 대학생은 아직 자퇴를 하지 않았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사회에 대해
깊히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재능과 끼, 관심 분야가 발휘되고 심화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대학생들에게 많은 짐을 던지고 있지요.
비싼 등록금, 취직에 목 매달야 하는 현실............
일요일 아침, 한 대학생의 글이 잠시 정지되어 있는 머리와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인지 휴학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학교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제게는 예슬씨처럼 학교를 자퇴할 용기가 부족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토록 머뭇거리며 고민만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제 고민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서 저는 제 학교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제 고민을 들은 당신과 여기서 다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대학을 그만 두는 것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학생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예슬 대학생의 자퇴 선언문은 자퇴를 위한 자기의 변이 아니라
사회적 울림이었지요. 혼자만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고 대화를 나누고 고민과 반성의 소리를 계속 할 때
현실적 변화는 당장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시나브로 현실의 모순을 깨고 희망이 잉태하리라는 것을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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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
유리잔이 같은 파장, 진동수의 소리를 만났을 때 깨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현상을 '공명'이라고 일컫습니다. 얼마 전 김예슬씨의 자퇴를 선언하는 대자보는 저에게 같은 파장의 소리를 내는 '그 무엇' 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숨죽여 읽고 또 읽으며 저는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기사와 글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그 글들을 읽으며 그간의 제 생각들을 곱씹어 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의 부모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제 주변사람들에게 보내는 글-즉 편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라 생각하고 쓰려고 합니다. 사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쓰는 글이기도 하고 그 동안 침묵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기억하며 학교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지혜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지만 저는 2005년 대학교에 입학해서 2010년 현재까지 6년째 '대학생'이라는 명찰을 달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휴학과 복학을 밥 먹듯이 반복해가며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때로 저의 휴학은 어떤 이를 아프게 했고 복학은 어떤 이를 안도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학교라는 곳에 들어와 처음 1년은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전 학교에 가는 것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앓았던 우울증이 저를 덮쳐오던 그 무렵일 수도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대학교가 싫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학교의 수업이, 분위기가 참 싫습니다. 대학에 와서 '공부'를 할 수 있으리라는 저의 믿음은 이미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나마 저를 뒤흔들어 놓았던 흥미로웠던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닌 것 같다고, 그러자 선생님은 제 말이 맞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제가 대학에 대해 실망과 좌절을 느낀 몇 가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않될 것 같습니다.
대학을 다닌 지 비교적 얼마 되지 않은 1학년 혹은 2학년 어느 방학엔가 저의 상담을 담당했던 교수님이 제게 방학 때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토익이나 토플 등 영어 시험을 위한 공부를 왜 하지 않았느냐고,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 속에서 조금만 늦어도 도태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때 상담교수님과 했던 이야기는 제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책을 읽기보다 영어시험 성적을 위해 공부하라는 상담교수의 조언을 받고 있어야 하는 곳이 '대학'이라니. 그때부터 전 오히려 영어 시험 성적을 위한 공부보다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에 더 집중했습니다. 갑자기 역사 공부를 한답시고 휴학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당시 혼자 역사에 관한 책들을 찾고 공부하다가 역사공부라는 것은, 그리고 공부 자체라는 것은 평생 동안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실패를 통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에 실패를 하고 되돌아온 학교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부딪히며 먹기 싫은 밥을 꾸역꾸역 먹는 듯이 그렇게 학교를 다녔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2009년 1학기 전공 시험에서 였습니다. 생태계보전에 관한 과목인데 매주 환경관련 영상을 보고 소감문을 제출하는 것에서 거의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그 외에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던 수업이라 불만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 보았던 꽤 많은 환경다큐멘터리들 덕분에 제가 지금 생태,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며 공부하고 활동하는 것에 영향을 조금이라도 주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을 받은 뒤 시험시간에 교수님이 일부러 부정행위를 유도하신 것인지, 감독하는 중간에 나갔다 들어오시거나 창문 밖을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그 시험은 사정 상 정해진 시험시간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일부의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었습니다. 그런 시험이더라도 감독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으신 교수님의 의도를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 아니라서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하라고 하는 뜻이 있으셨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시험을 치르고 있던 학생 중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점에 신경을 쓰는 와중에 자신의 양심은 되팔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식의 행동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에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졸업 후 취업의 관문이 너무나 높아서 학점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입니다. 높은 학점을 위해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고 시험을 보는 중에 종종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유혹에 넘어가기가 참으로 쉽습니다. 저는 그때 시험을 치른 뒤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한때 '지식의 전당'이라 불렸던 대학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양심적 지성인이란 무엇인가, 지금의 대학은 과연 그러한 양심적 지성인들을 키워낼 수 있는 곳인가, 아니 양심적 지성인은 둘째 치고 지식인이라도 키워낼 수 있는 곳인가라는 여러 질문들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교수님이 마치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듯한 시험을 치르고 나와서 저는 다음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할 겨를이 없이 도서관 로비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학교 선배이자 제가 속해있던 JOY간사로 있는 나영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겪은 상황과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었습니다. 그때 대학에 대한 회의감과 양심적 지성인?개뿔, 다 죽었다는 절망감이 몰려오며 강렬한 감정이 들어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참을 울다가 통화를 하며 진정을 하고 다시 시험 준비를 하고 무슨 정신으로 봤는지 모르게 마저 남아있던 과목의 시험을 치루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대학을 다니며 보고 경험했던 것들은 제가 대학을 점차 멀리하도록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교수의 권위 아래에서 학생이 교수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허용되지 않는 상황, 교수의 재량 하에 수업 시간이 막무가내로 변동되거나 휴강 되어도 쉽게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명목 하에 영어 수업을 늘리는 과정에서 생겨난 영어 수업으로 '표기'만 되어있지 영어로 수업을 하지도 않는 '유령 영어 과목', 물건을 뜻하는 용어인 '스팩'이라는 용어를 인간에게 사용하는 무서움에 대한 반성도 없는 비인간화 되어버린 대학사회 등. 제가 대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은 거창하게 말하면 대학이 더 이상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는 것, 소박하게는 내가 원하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지금 '대학'이라는 곳은 '취업준비 학원'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물론 대학 안에서도 대학을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있을 테지만 당장 제 눈앞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친구들이 제 주위에 별로 없는 것입니다. 대학을 나오고 싶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할 즈음부터 대학 밖의 것들로 눈을 돌려 돌아다녔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나 활동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대학 밖에서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참 공부와 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굳이 학교 안에서 수업을 받는 것만이 '배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공부에서 학교 수업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고민은 대학 등록금이 450만원이 넘는 지금 현실 속에서 제가 졸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은데 그럴 바에는 대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그만 두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듣는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서 고민을 사람들에게 비치는 것조차 두려워했습니다. 제 안에 여전히 '대학생'이라는 신분-한국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것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척도입니다-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사회의 시선을 견디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함께 공부하고 있는 모임인 만행 친구들과 함께 대학 등록금 문제로 액션 포럼이라는 것을 열었을 때부터 달라졌습니다. 제 옆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진 빚이 2000만원 가량 되는 친구도 있었고 저의 고민을 들어줄 친구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등록금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다른 친구들도 어마어마한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고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후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만났을 때에도 물었고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제 고민을 털어놓았을 것입니다. 고민을 털어놓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제가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기까지. 그 사이에 했던 고민과 생각들을 당신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대학을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은 대학을 그만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기 보다는 "대학을 그만두면 않된다."라는 강령만 제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몹시 외로웠습니다. 제게는 대학을 그만 두고 싶다고 했을 때 왜 그런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제 고민에 어떻게 반응했던 저는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당신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저도 충분히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얼마나 학벌사회인지,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졸업장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평탄하지 않을지 알기에 그런 반응을 제게 하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기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게 무턱대고 그만 두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려 했던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계속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소수이지만 제 의견에 동의하며 맞장구 쳐준 분들에게 가장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자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학기에 복학은 했지만 계속 이어지는 '학교 그만두기'에 대한 고민, 현실의 삶이 학교와 도무지 맞지 않는 부분 때문에 학교 수업은 제대로 듣지 않고 있습니다. 제 앞에는 굳이 수업에서 부과해주는 것들 보다 더 많은 공부거리들이 넘쳐나고 활동해야 할 영역이 있습니다. 제겐 대학교 수업 2학기가 남았는데 한 학기 분 등록금을 내어놓고 휴학을 해서 복학할 때 등록금 없이 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날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정말 아깝고 지금이라도 휴학을 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결정을 못한 채로 이리저리 표류하는 중입니다. 이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저의 엉킨 생각의 실타래를 조금이라도 풀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2009년에 토지수탈, 해외 식량기지 문제에 정신이 홀딱 쏠렸습니다. 대우로지스틱스측에서 아프리카에 위치한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 대규모 토지-마다가스카르의 경작 가능한 땅 중 1/3씩이나 되는 규모 였습니다.-를 99년 임대하는 계약을 세웠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정치적 혼란과 맞물려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시위 도중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은 사건을 보고, 그 사건이 해외 언론에 의해 신식민주의 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때부터 그 사건과 여타 해외 농지개발과 관련된 기사란 기사는 다 뒤지고 국내 언론 뉴스 뿐 아니라 해외의 언론과 시민단체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처음에 마다가스카르에 주목했지만 이것이 전 세계적 식량위기와 깊이 관련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았고 한국이 정부 지자체와 기업들 차원에서 식량기지 건설을 제 3세계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해외 토지문제만 관심이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진행되는 농지 수용과 농촌지역의 문제들에도 저절로 관심이 쏠렸습니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저는 4대강 사업과 해외 토지수탈 문제에 엄청나게 정신을 쏟고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처음 관심의 계기가 되었던 마다가스카르를 다룬 영국의 생태잡지 Ecologist의 기사를 본 뒤에 저의 삶이 참 많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사건은 그 사람의 인생을 뒤집어 놓습니다. 그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바꾸어 놓는 그런 사건. 그 사건이 제게는 바로 'LAND GRAB'이라는 이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관심을 쏟으며 마치 엄청난 연애를 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 조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토지로만 시작한 관심은 점차 먹을거리, 식량주권으로 까지 흘러갔습니다. 지금은 관련된 책들을 읽고 공부하며 계속 언론 모니터링과 국내 사안인 4대강에 관련된 활동을 주로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가 이 해외 토지수탈 문제를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온전한 정신을 쏟으며 한 문제에 매달린 경험이 제 인생을 뒤 흔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학교에 돌아가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제게는 자꾸만 수업보다도 먼저 해야 할 것들이 보입니다. 학교에 가는 것도 그만큼 더 어려워 졌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인지 휴학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학교에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어쩌면 제게는 예슬씨처럼 학교를 자퇴할 용기가 부족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토록 머뭇거리며 고민만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직 제 고민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서 저는 제 학교에 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