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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친일인명사전'발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by 밥이야기 2009.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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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인명사전’은 기록의 복원일 뿐이다





오늘(11월 8일) 열릴, 민족문제연구소 주최 <친일인명사전, 발간보고 대회> 장소가 변경될 것 같다. 숙명아트센터에서 돌발적인 사태를 우려, 대관취소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 앞에서 민족문제연구소 해체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보 포퓰리즘을 비판하던 보수진영은 요즘 더 강도 높은 포퓰리즘에 빠졌다. 흡사 해방 후 우익들의 빨갱이 몰이식 좌파 때려잡기가 연상될 정도다. 2010년 지방선거를 대비, 시민사회진영의 새로운 지향을 담은 ‘희망과 대안’ 창립식도 보수단체 회원들의 행사장 난입으로 중단되었다. 왜 보수단체들은 역사의 기록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으려 하는 걸까? 수구보수신문들은 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는 걸까?

 
민족문제연구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현재 극우보수진영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왜 과거를 들먹이느냐, 다른 하나는 이른바 폐쇄적 민족주의다. 맹목적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좌빨론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민족문제연구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

민문연(민족문제연구소) 인적 사항입니다..

소위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 겸 소장 임준열(임헌영)이 악명 높은 ‘남민전 간부’ 출신이라는 사실 외에도 전 현직 임원의 이력과 면면을 살펴보면 민족문제연구소의 ‘색깔’이 분명해 진다고 할 수 있다.

조직구성에서 얼핏 눈에 띄는 이름으로는 남침전범수괴 김일성을 독립운동가로 인정하자고 주장 한 강만길과 대표적인 친북성향 학자(?) 한상범, 리영희 등과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 등 알만한 이름과 함께, 지난 4월 21일 이적단체로 판결이 난‘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상임대표 김승교 변호사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 한국의 역사를 돌아 볼 때 가장 자긍심을 높여줄 자랑거리 하나를 들라면 바로 기록문화다. 조선왕조실록이 그렇다. 그뿐이랴. 민주, 참여 정부는 기록을 중요시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기록 멈추기, 지우기, 왜곡이 심해졌다. 군사 독재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민화 정책은 사실적인 기록을 비틀어 막았다.

 
역사는 시간에 따라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과 역사가들의 사관에 따라 주관적 판단이 녹아들어간 기록이 존재한다. 평가는 둘째치더라도 최소한 전자만큼은 제대로 기록되고 남겨야 된다. 분명 친일인명사전은 기록의 복원일 뿐이다. 해방 이후 가장 먼저 기록 정리되어할 기록이 50년을 넘겨서야 갈무리 되고 있는 것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좌우의 문제도 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아니다. 기록 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을 통한 판단의 문제다.

 
친일인명사전 제작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다. 이승만 정부 때 반민특위가 무산된 것은 우리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오점이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전범들에 대한 처벌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프랑스는 독일 나치들에게 협력했던 콜라보(collabo;대독협력자;프랑스판 친일파)들을 죄를 물었다.자료에 따르면, 콜라보 12만5243건 중에 4만787명이 공민권을 제한받았고, 4783명이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을 포함해 3만7169명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한다.



▲ 프랑스는 2차대전이 끝나자말자, 나치에 협력했던 콜라보들을 단죄했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전범에 협력했던 사람들에게 인권은 적용되지 않았다.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어떻게 인권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일부 제한적이나마 6.25 전후 처벌이 이루어졌다. 북한은 다른 것은 둘째치고 확실하게 일재잔재를 청산시켰다. 하지만 한국은 독재 정권의 역사인식과 부패로 가려져 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과거 청산을 해서 연좌제를 물거나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본에 협력했던 친일파들의 땅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과 역사적 진실을 가려 알리는 것뿐이다. 이 땅에 다시는 비극과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훈을 주자는 것 뿐 아닌가. 편을 갈라 분열을 조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역사의 기록을 사실자료에 근거 다시 잡아 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보수우익단체에 의해 역사기록은 훼손, 왜곡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중에 이런 국가가 있는가? 일본 정도뿐이다. 물론 모든 역사기록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에 입각한 기록에는 다양성이 있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조갑제 씨가 주축이 되어 쓰여 지고 있는 한국현대사, 인물사 기록 출판기념회나 강연을 누구도 가로 막지 않는다. 조갑제 씨가 쓴 기록이 맞든 틀리든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다만 비판은 자유롭다. “말도 안 되는 글이다”라고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조갑제 닷컴에서는 보란 듯이 시국선언 명단자들을 공개해서 올리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행사장 난입 같은 일은 그만 두만 두어야 한다. 전 근대적 광기의 복원일 뿐이다.소동과 항거는 구분되어야 한다. 지금 보수세력들의 행동은 헤프닝이며 난동이다. 항거는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결국 수구보수세력들은 용어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다수가 아니라 극렬한 소수일 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을 앞두고, ‘친일인명사전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미 엎어진 기름에 불씨를 던져 화근만 자초했다. 어차피 공개될 일인데. 결국 민족문제연구소는 1939년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군관에 응모하면서 지원 서류와 함께 ‘충성’을 다짐하는 혈서와 청탁 편지를 보도한 지난 <만주신문> 기사를 공개했다.

 

역사적 사실을 속일 수는 없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자는 우매한 자들이다. 바른 역사인식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제대로 열 수 있는 바로미터다. 화해로 가는 전제다. 하지만 지배 권력과 소수의 세력들은 왜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면 된다. 한일관계의 미래 어깨 걸기는 지난 역사의 청산에서 시작된다. 역사의 기록은 분명하게 남기고, 손을 잡아야 한다. 지금 세대들이 일본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분명하게 알 것을 알고 넘어가자는 것뿐이다. 과대포장하거나 은폐할 이유가 하나 없다. 지난 과거사의 복원 측면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바라보자. 지난 아버지의 잘못을 아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불명예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버지 세대와 아들의 세대는 분명 다르지 않는가?

세계의 석학이나 지성인 중에 부모님세대의 잘못과는 관계없이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랃들이 많다. 연좌제 없는 연좌제를 부추기는 곳, 혈통과 끼리끼리 문화를 조장하는 곳은 바로 다수를 억압하는 소수의 권력세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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