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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CNN 한국특집방송은 ‘환경미화’다

by 밥이야기 200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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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N 한국특집방송, 환경미화와 처널리즘의 부활



▲CNN 한국 특집방송을 소개하고 있는 중앙일보 조인스 닷컴의 CNN 한국판 페이지

 어제는 크고 작은 두 가지 일이 전파를 탔다. 하나는 미국 CNN의 한국 특집방송이며, 다른 하나는 ‘희망과 연대’ 창립식 행사 장면이다. 미국 CNN은 어제(19일)부터 2007년에 이어 ‘아이 온 사우스 코리아(Eye On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한국 특집방송을 내보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있는 한국을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SBS는 조금 길게 소개했고, MBC는 첫 특집 꼭지에 대통령 영부인 ‘한식’의 우수성을 소개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다. 시민사회진영의 새로운 모색의 틀, ‘희망과 연대’ 창립식은 보수우익단체의 행사장 점거사건으로 중단되었다. 물론 단신으로 보도되었다.

 크고 작다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모든 언론의 보도는 주관적이다. 객관성은 주관을 위장한 객관성이다. 한 실업 가장의 자살은 언론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 사회가 강요한 자살이냐, 무능한 사람의 최후 선택이냐, 죽은 자의 속내와 관계없이 언론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재해석되어 보도된다. CNN 한국 특집방송은 단순한 한국홍보 방송일 수 도 있고, 아니면 정말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한 국가,국밈들이 역동적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질 수 있다. 미화와 반복의 힘은 후자에 힘을 실어준다. 시청자들이 정말 한국이 잘 살고 있구나, 세계에서 경제 위기극복을 이루어 내었구나 착각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CNN 방송은 객관적 보도로 유명하다. 있는 사실을 가공 없이 보내는 것. 객관적 사실의 뒷면에 감추어진 진실은 별 관심 없다. 보다 빠르게만 있다. 미디어 대량생산,소비의 진원지다. CNN은 정의로운 방송을 추구하지 않는다. 방송 용어 중에 ‘처널리즘(churnalism))’이라는 말이 있다. 대량생산하는 일(churn out)와 저널리즘의 합성어다. 언론이 ‘보도자료’를 생각 없이 받아쓰는 보도 행위를 비꼬는 말이다. 척박한 세상 척박한 저널리즘. 하루에도 수많은 소식들이 쏟아져 세상을 떠다닌다. 기자도 한계가 있겠지만, 기계화된 언론의 보도방식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언론은 광고에 목숨 걸다 보니 홍보성 기사쓰기를 세끼 밥 먹듯이 일상화해서 아무렇지 않게 내 보내고 있다.



▲한국브랜드위원회 홈페이지.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브랜드 가치는 내부에서 우선 나와야 한다. 그 다음이 해외다.



정부는 지난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해외문화홍보원,국가브랜드위원회가 손잡게 해서 ‘Advanced Technology Korea’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국가 이미지 광고를 제작, CNN과 영국 BBC 등 세계 유력 방송매체에 400여회가 넘는 방송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국 홍보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까지는 좋은데, 현실은 그러한가? 이명박 정부 들어 출범한 ‘한국브랜드위원회’. 한국의 이름값을 높이자고 만들어진 브랜드 위원회. 한국의 세계적 위상 운운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아직까지 영문사이트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브랜드는 상업적 가치성만 볼 건지, 정체성을 포함시킬 것인지에 따라 위상을 달리 할 수 있다. 국가를 상품으로 놓고 팔아버릴 것인지, 아니면 국가정체성을 포함 한국인의 내적 자긍심을 살려 낼 것인지에 따라 전략이 360도 바뀔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알리기는 단순 홍보다. 한국은 걱정 없다. 한국 제품을 사달라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떤 투자가가 외형적 홍보에 눈멀어 투자 하겠는가?

CNN 한국 특집방송(한국판은 중앙일보에서 소개)은 전형적인 객관적 방송이다. CNN 한국특집방송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지 않고, 좋은 것만 받아 보내는 '국가 환경미화 프로그램'이다. 우리들은 학창시절, 군대, 조직생활을 하면서 ‘환경미화’를 경험했다. 환경미화가 무엇인가? 환경미화는 현실이 아니라 과대포장이다. 별이 뜨면 화단이 만들어 지고 꽃이 심어진다. 잘 보이기 위한 급조 환경미화는 아름답지 않다. 사람이 동원되고 막혔던 길이 갑자기 뚫리는, 환경미화는 전형적인 권력 지향적 작태다. 왜 환경미화를 반복해야 하나?

 한국이 좋은 모습으로 세계에 많이 알려지는 것을 누가 싫어하랴? 하지만 한국이 알려져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면, 그 공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현실은 그러한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은 국민들과의 대화며 여론조사다. 국민의 마음정체성을 먼저 살펴보고,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알리기는 정부의 일방적 홍보로 밖에 볼 수 없다.

 CNN 한국 특집 방송은 진실의 눈을 감춘 한국정부 입맛 들어주기 방송이며, “해외판 환경미화방송의 부활이다” 척하면 삼척동자도 안다. 처널리즘의 온실 CNN에 속지말자.

 

"매스미디어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현실에 가면을 이루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회피하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준다.민주적 참여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무관심과 체념과 이기주의를 부추긴다. 매스미디어는 창조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저 소비자를 만들어낼 뿐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은 존재조차 않습니다. 존재할 권리는 무엇을 살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정의됩니다. 사회주의는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젠가 인류가 사회주의를 발견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나는 자선을 믿지 않습니다.연대를 믿을 뿐입니다. 자선은 수직적이어서 굴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가는 것이니까요. 반면에 연대는 수평적입니다. 연대는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배우려는 정신입니다.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Eduardo Galeano/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역사학자.

 

“ 우리에게는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비정부기구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원화된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유,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이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사회를 반세계화만으로 혹은 세계화만으로 끌어 갈 수가 없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적절한 제한이 필요합니다."

*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인도태생.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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