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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MBC 불만제로가 불만인 까닭?

by 밥이야기 2009.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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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불만제로는 우리 사회에 더 많아져야 할 방송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불만이 필요하다

"21세기 소비자들을 위한 권리 대장전", <MBC 불만제로>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 방송된 “소비자가 기가 막혀 - 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시나요”. 불만제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치원 먹을거리 위생 상태를 고발했다. 제작진들은 유치원이 취재를 거부하자 보조교사를 위장 취업시켜 몰카를 설치 문제의 장면을 담았다(방송보기). 방송이 나가자 해당 유치원은경찰에 고소를 했지만, 무혐의 처리를 받았다.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과연 불만제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 (관련 기사 읽어보기:경향신문) 


▲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해당 프로그램(지난 3월에 방영되었다)



과연 비리문제를 밝히기 위해서 몰카를 설치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를 받은 사건을 지금에 와서 재수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유치원이 무혐의 처리를 인정하지 못해서 재수사를 요청했겠지만, 왠지 불만제로를 보고나서 불만이 생기듯이 불만이다. 공익을 위해서 취재한 내용과 제작과정을 법의 잣대로 심판을 내린다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감시용 몰래카메라와 이른바 공익의 이름으로 포상금을 노리는 파파라치들이 밤을 밝히면 눈을 번쩍이고 있다. 불법을 예방,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런 행위(제도)들은 법의 이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 문제가 없듯이, MBC 불만제로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

 

<MBC 불만제로>는 시청율과 관계없이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학생들한테도 인기가 높다. 그동안 불만제로가 제기한 불만들은 소비자의 주권의식을 드높이게 했다. 방송을 통한 소비자 주권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로 인해 시민들의 먹을거리 문제는 문제를 넘어 참여의식을 높이게 만들었다. 깐깐한 소비자가 많아져야 사회는 건강해진다.

 

한국은 소비자를 위한 모임이나, 소비자 잡지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미국만 하더라도 소비자협회나 소비자 정보 잡지는 흘러 넘쳐나고 있다. 미국 소비자협회에서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s)는 460만 명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발간 부수가 2,500만부나 되는 소비자잡지(시티립스)도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도 ‘생활수첩’이라는 잡지 또한 일반 상업 잡지 못지않은 구독자가 확보하고 있다. 잡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치밀하다. 예를 들어 주제를 ‘냉장고’로 잡는다면 전 세계에 판매되는 주요 냉장고를 철저하게 파헤쳐 분석해 낸다. 과학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정보를 넘어, 소비자운동, 공익 소송은 피케팅 시위를 넘어 소비자운동의 지평을 드높이고 있다. 이처럼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소비자운동은 깊고 넓다. 소비자문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 또한 너무 많다.

 


 ▲ 460 만명이 유료(26달러)로 구독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소비자 잡지 '컨슈머 리포트'


검찰의 MBC 불만제로 수사가 도를 넘어, 혹시나 방송이 사라지거나, 제작진의 의욕을 꺾는 일이 발생할까 걱정이 된다. MBC 불만제로 같은 프로그램은 더 많아 져야 한다. 이제 소비자 주권운동은 우리 사회에 꼭 자리 잡아 가야 한다. 우리는 더 많은 불만이 필요하면 불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건강해 지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 주권운동은 생활정치를 넘어 자치, 연대로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