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감시하고 CCTV. 영국은 CCTV의 천국이다
현대사회에서 감시의 눈이라 불리는 CCTV(폐쇄회로텔레비전; Closed-circuit television). 중국 중앙방송 CCTV(China-Central Television)와 공교롭게 약자가 같다. 현대판 의적(로빈 훗)을 다룬 미국 드라마 ‘레버리지(Leverage)’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하루 평균 13번 CCTV에 노출되고 있어”. 드라마야 허구지만, 대사는 현실에 가까울 수 있어 자료조사를 해보니, 13번이라는 통계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아마 그만큼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보안장치로 쓰이고 있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 같다.
CCTV, 감시 카메라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영국. 영국의 감시카메라의 숫자는 줄잡아 50만대. 인구 14명당 1대. 런던 시민들은 30초당 한 번, 하루에 300번씩 감시카메라에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영국에서는 CCTV 폐해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예술작품까지 등장하고 있겠는가. 프랑스에서는 영국을 따라서 CCTV 숫자를 높이겠다고 선언하기 까지 했다. 영국이 프랑스에 비해 인구당 CCTV 숫자가 10배나 많다고 한다.
CCTV는 세계 2차 대전 중인 1942년 독일의 엔지니어에 의해 개발되었고, 1968년 미국 뉴욕의 거리에 처음 설치되었다. 영국에서는 은행 보안 목적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결국 CCTV는 자본주의 시장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적 수단에서 범죄예방, 안보시스템 등 그 사용범위와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CCTV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당위성이다. 범죄 예방이나 보안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생활 침해다. 사람들은 인식을 하던 하지 않던 알게 모르게 감시당하고 촬영당하고 있다. 2008년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 심의위원회 실태조사 CCTV는 당사자 모르게 음성 녹음까지 하는 등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참고:제민일보). 이 테이프가 만일 하나 유출되거나 남용될 경우가 문제다.
▲영국 트라팔가르 광장에서 인간CCTV가 되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시민
CCTV 또 다른 빅브라더냐?
CCTV는 이제 현대 사회의 상징과 은유가 되었다. 국가 권력의 감시체제를 비판할 때 CCTV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와 함께 많이 묘사되고 풍자되고 있다. 범죄 영화나 오락영화의 단골 소재도 CCTV다. 영화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작년에 개봉된 ‘이글아이“도 대표적인 영화로 손꼽힌다. 모든 거리에 설치된 CCTV와 전광판은 국가에서 비밀리에 만든 이글아이의 통제 수단이 된다. 미국드라마 ’라스베가스‘에서도 카지노 수호의 첨병으로 CCTV 시스템이 영화의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그렇지만 CCTV가 범죄예방 효과가 큰지는 의문이다. 범죄 이후의 수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CCTV가 영화의 주요 소재(기호)로 등장한 영화 '이글아이"
최근 고 최진실 씨의 유골도난사건도 결국 CCTV가 범인 체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사건 보도이후 CCTV 설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2007년 말 5044대에서 지난해 말에는 8861대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국민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늘어난 CCTV에 숫자에 비하면 CCTV를 통한 범죄 예방율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1대당 인구수’가 제주 6만2333명인데 비해 전남 2441명의 25배가 넘는 다고 한다. 그 뿐이랴 지역별 편차뿐만 아니라 이른바 CCTV는 부익부 빈익빈 지역을 가늠하는 지표로 언급된다. 방범용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설치된 CCTV는 무지기수다. 사설 보안업체가 설치한 주택용, 골목용 CCTV까지 감안한다면 이른바 강남지역과 강북지역의 편차도 클 수밖에 없다.
9.11 테러 이후. 영국 시민들은 CCTV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90%가 찬성하는 입장. 화장실에 설치하자고 의견을 내놓은 시민들도 많았다. 이렇듯 CCTV는 이제 범죄 예방 차원을 넘어 우리 삶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상상을 해보자 얼마나 많은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지. 굳이 CCTV가 아니더라도 이른바 파파라치 등 수 많은 렌즈들이 밤을 밝히며 세상을 곁눈질 하고 있다. 문제는 범죄 예방 차원을 넘어, 상업적 목적이나 사생활 침해 등 악용의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몰카라 불리는 성인용 비디오 시장은 그 뿌리를 발본색원하기가 힘들 정도다. 인터넷 사이트나 파일 공유사이트를 찾아보아도 흔하게 찾아 볼수 있다. 화장실시리즈에서부터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몰래 찍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다.
농어촌(시골지역)에서도 전선이나 수확물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면서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이제 CCTV는 도시를 넘어 산과 들판에서도 고개를 들 것 같다. 나는 하루에 CCTV에 과연 몇 번 찍힐까? 미국드라마 레버리지 대사처럼 13번? 방에서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거리를 오가는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다 CCTV에 노출되고 있다는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부터 CCTV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니까. CCTV가 범죄예방을 넘어 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만큼 정부 당국도 사생활 침해나 인권침해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과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보완할 때다. 남 찍는 것은 좋고. 내가 찍힌다고 생각하는 싫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보자. 몰래카메라가 없어도 법규를 지키고 CCTV가 없어도 질서가 유지되는 사회는 정녕 힘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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