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제주도,오늘은 참여민주주의 꽃피우는 날

by 밥이야기 2009. 8. 26.
728x90






- DJ가 목숨 걸고 다리 놓은, 제주 주민소환투표


오늘 8월 26일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기록될 날이다. 지방자치의 꽃,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주민소환투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회민주주의는 목적보다는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과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서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 있다." 고 말했듯이 형식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참여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제도다.



▲오늘 새벽에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공식홈페이지에 방문해보니, '명분없는 주민소환, 투표장에 가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팝업창이 떠있다.26일은 투표운동행위 일체를 못하게 되어 있다는 말과 나란히. 투표장에 가지말라. 불법 투표운동행위에 딱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법위에 법있다고 하듯이, 법보다 무서운 말이 아닐까?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한라일보등 제주도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광고를 냈다. 선거 '투표 불참도 유권자의 권리'라는  글과 함께.
고인이 
광고를 보셨다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김태환 도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지방자치의
뿌리를 내리는데 기여 하셨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다.
(사진/오마이뉴스>>관련기사 읽어보기)


▲김태환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 홈페이지. '투표하지 말라는 비겁한 도지사'. 오늘 비겁함이 가려지겠지만, 투표율 결과에 따른 찬성과 반대를 떠나 주민소환투표는 한국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DJ가 목숨 걸고, YS가 법제정한 한국 지방자치


▲ 1990년 내각제 개헌 저지를 단식투쟁을 벌이다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 1991년 6월에 실시된 시,도지방선거 실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디딤돌을 놓은 한국 지방자치의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실질적으로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48년에 제정된 초대헌법에는 지방자치(local self-government)를 명문화했지만, 출범한 정부의 이념과 지향에 따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는 이승만정권이 무너진 4.19혁명 이후 민주당(장면정부)정부에 의해 실시된다. 1960년 11월 1일 전면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확정, 같은 해 12월 서울특별시와 도의회선거, 시·읍·면장 선거 및 서울시장과 도지사선거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최초의 실질적 권력의 공간적 분권화를 위한 출발점이었다. 그렇지만 5.16 혁명 이후 전두환 정부로 이어지는 군사정부시절, 지방자치는 다시 명문화된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자,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평민당 총재시절 13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을 강행, 내각제 개헌 저지와 이듬해 6월 시·도지방의회선거 실시를 관철시켜낸다. 3당야합이라 불리는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94년 3월 4일에 마침내 단체장선거를 포함한 이른바 4대지방선거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1995년 6월 27일. 1960년에 이후 35여년 만에 역사적인 4대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 원년이라고 불린다. 지방자치의 꽃이라 불리는 주민소환제도는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다리를 놓고(마당을 만들고), YS가 근간을 이루는 법을 제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도 법을 제정(2007년1월 시행)함으로써, 지방자치의 걸음마를 시작하게된다. 주민소환제도는 이름과 범위가 나라마다 다르지만 미국고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지방간에 걸린 지방

아직도 한국의 지방자치는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다. 더 넓고, 더 많고, 더 깊은 민주주의를 심어 내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가 살아 있는 지방자치제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의 지방 자치는 아직도 장정일의 ‘중앙과 나’라는 시처럼 종속관계이며 극복해 내어야 할 대상이다.(아래 박스참고).

‘<중앙〉과 나’/장정일

중앙에서 편지가 왔다. 그동안 예의주시했노라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노라고, 당신의 유형이 해제되었노라고, 거기서 저지른 실수는 대수로운 게 아니었노라고, 중앙으로 너를 불러올리겠다고…….흥, 그 잘난 중앙! 나는 답장하지 않는다.

 중앙에서 다시 편지가 왔다. 변방에서의 설움을 벌써 잊었느냐고, 중앙에 와서 숨은 능력을 뽐낼 생각이 없느냐고, 이 기회를 놓치면 특혜는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고,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흥, 그 경멸할 만한 중앙! 나는 답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중앙에서 고위층이 왔다. 중앙의 정체는 얼마나 왜소한 것인가. 그의 팔다리는 가늘고, 안색은 창백하다. 또, 중앙으로 모시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는 은근하고 부드럽다 .흥, 내가 그 중앙이요! 묵묵히 견뎌온 내 침묵으로 대답했다.


 
강주만 교수는 ‘지방은 식민지’라고 책을 통해, 지방을 넘어, 서울을 넘어 지방이 결국 한국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대해 발언한다.

지방의 엘리트들은 서울에도 집을 갖고 있고 자녀를 서울로 유학보내기 때문에 굳이 '서울공화국' 체제에 강력 도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도 '각개약진'을 선택했다. 바로 그런 '각개약진' 체제 때문에 지방이 지방주의를 내세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서울이 아니라 전체를 생각하는 발상을 포기한 만큼 그 걱정도 지방이 해야 한다. 수도권의 고민도 헤아려가면서 좀 더 정교한 대안을 제시하고 추진해 나가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을 지방이 책임져야 한다.

 
'지방이 세계의 중심' 이다는 말은 그 중요성을 떠나 흔한 지향과 구호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한 나라의 수도나 거대도시가 삶과 문화의 중심이다. 농촌과 공동체의 삶을 분해시켜 버린 도시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규모이다. 도시의 세계화. 도시의 집중화가 문화까지 삼켜 버렸다. 물론 지방(변방)을 중심으로 문화와 삶의 가치를 복원시키고자 대안적인 움직임이 꾸준하게 모색 되고 있지만, 시골과 마을을 황폐화시켜버린 도시를 위한 지방의 쓰나미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도시는 국가권력을 위해 복무한다. 지방은 중앙을 위해 버림받고 있다. 강준만 교수가 표현한 것처럼 ‘지방은 식민지’다. 분산과 분권에 따른 중앙과 지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나만 존재한다. 고립화, 황폐화는 가속되고 있다. 지방문화의 부활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바로 마을이자, 동네이다. 그런데 마을과 동네방네 경제는 지방간이 쌓여 이미 암 선고를 받은 환자가 되어버렸다. 그 많았던 가게들과 사람들의 얼굴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한 시골의 고령화는 우리 농업의 근간을 무너뜨려 놓았다. 지방경제는 토건사업뿐이다. 서울에서 온 점령군(백화점, 대형마트, 소규모 체인점 등)은 지방의 돈을 중앙으로 올려 보낸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다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암에 걸렸을 때 지방의 병원보다 중앙의 병원을 찾는다. 모든 분야의 총합적 산물인 문화는 오죽하겠는가. 지방문화의 치열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방문화는 중앙문화에 종속되어 있다. 장정일의 시 ‘중앙과 나’처럼 중앙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 주민소환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오늘 실시되는 주민투표는 결과에 관계없이 소중하다. 지금까지 주민소환투표는 20차례 이상 실시되었다. 광역단체장이 주민소환투표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주민소환 서명이 이루어져 5만명 넘는 인원(제주도민 10%)이 참여(10%이상 서명시 효력발생)함으로써, 김태환 제주특별자치장은 권한이 중지되었고, 오늘 드디어 주민소환투표를 통해 결판이 난다.

제주도민의 3분의 1, 주민투표 참여율이 33.3%을 넘으면, 찬반개표가 실시되어, 제주 해군기지건설로 붉어진 주민(제주 강정주민들이 시작)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제주 주민소환이 이루어 졌을 때, 사람들의 의견이 많이 갈리기도 했다. 주민소환이 도가 심한 것 제도 아니냐, 부정부패와 관련된 문제도 아닌데 꼭 주민소환까지 가야 되는냐.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제주지사 주민소환 바람직하지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자치제도의 꽃이라 불리는 주민소환투표는 지방자치장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막는 가장 중요한 장치다. 제주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섬이자, 세계를 대표하는 섬이다. 이미 제주도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견은 있을 수가 있지만, 녹색의 섬이라는 키워드로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섬이 될 수 있다. 아니 이미 되었다. 오히려 생태적인 관점에서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면, 관광명소를 넘어 교육의 장이 될 수 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답게, 지방자치의 꽃, 민주주의의 산실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흘러 넘쳐 나지 않는가. 주민들이 서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이미 지방자치를 이야기 할 때 언급되는 경찰자치, 교육자치 중에 경찰자치를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의 이번 주민소환투표는 여러 측면에서 평가 받을 만하다. 제주도여! 제주특별자치도 이름이 아니라, 제주도가 특별한 이유를 오늘 찾고 싶다. 투표의 결과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은 참여민주주의를 꽃피운 날로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제주 주민소환투표, 투표율 보기>>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제주도를 떠올리면 몇 년 전에  촬영한 사진(슬라이드쇼)을 올립니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


* 오늘은 투표독려 전화나,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글과 투표 찬 반에 대한 의견개진 또한 불법이라는 것을
  감안하셔서 댓글  남기 실 때 주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