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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다시 감옥에 가고 싶어 했던 김대중대통령

by 밥이야기 200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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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상시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셨습니다.

“ 감옥에 한 번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

이 말은 자료를 통해 알려진 발언이지만, 어제 방송된 고인의 추모 방송(KBS 스페셜 특집)에서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감옥에서 출소 한 이유, 너무 바쁜 나머지 감옥에서 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없었다는 회한의 소리였습니다. 위트로 하신 이야기인데,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청와대 집무실에 쌓인 책들을 보면서,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다고 술회 한적 있습니다. 두 장면이 겹쳐 지나갔습니다.

많이 알려지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은 애서가이자, 독서광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두 차례의 망명생활, 투옥, 자택연금 때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평상시에도 책을 손에 놓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투옥되었을 때 가장 많은 책들을 읽고 기록하셨습니다. 봉함엽서에 깨알이 같이 쓴 글들이 옥중서신이라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저서(40여권)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언급 되는 것이 바로 ‘옥중 서신’입니다.
 


▲옥중서신은 일문,영문판으로도 출판되었다.


고인은 술회합니다. “ 사형선고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 되었을 때, 성경 읽기를 중단했다. 이제 사회, 철학, 경제, 통일 등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 관련 서적을 감옥에 넣어 달라” 죽음 앞에 섰을 때, 사람들은 신을 의지하게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성경을 읽은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겁니다. 이때부터 러시아 소설에서부터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감옥에서 읽었던 성경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흔히들 감옥을 학교라 부릅니다. 나쁜 의미든 좋은 의미든 감옥 생활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감옥에서 나쁜 것만 배운다’라는 말은 사회적 편견입니다. 전과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 있는가를 먼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사실 재벌 총수 대부분도 전과자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감옥에서 사상과 이야기를 다듬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책. 김대중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감옥이었지만, 감옥은 인간 김대중을 만들어 내었던 곳입니다. 시대의 비극이자, 아이러니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소장한 책은 3만 여권. 아태재단과 노벨평화상 상금 일부를 보태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김대중 도서관이 만들어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바로 책대통령이자, 독서대통령, 글 대통령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글을 남겼습니다. 일주일에 평균 4권을 읽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홈페이지. 디지털아카이브구축도 역점사업 중에 하나다.


2007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성인 열 명 가운데 두 명 이상(23.3%)이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2.1입니다. 한 달에 1권 읽는 셈입니다. 오래된 자료지만,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 구입하는 도서비용이 미국의 한 대학(하버드) 도서관 예산보다 작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도서관은 단순한 개인 소장품과 기록물을 보관하는 기념관보다 큰 의미가 있는 거지요.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서 노문현 전 대통령이 남긴 글



김대중 도서관 방명록에 쓰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처럼 "치열한 삶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셨습니다. 치밀한 기록으로 역사를 다시 쓰게 할 것입니다." 한국의 진보와 기록의 역사를 가능케 했던 고인의 책사랑과 기록정신은 바로 살아있는 교육입니다. 학생들이 시험의 틀에 갇혀 인문소양이 부족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옥중에서 읽었던 책



▲김대중 대통령이 감옥에서 만난 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토인비,박경리의 토지



모든 것이 제한된 감옥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은 한정되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에서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되었을 때, 성경을 읽었다. 성경은 종교를 떠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읽힌 책이다. 성경은 주로 사상가나 문학가에게 가장 중요한 책으로 손꼽힌다. 성경에 담긴 말과 뜻은 언제나 시대에 맞게 재해석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성경을 통해서 인류애와 사랑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해 생각을 다듬었을 것 같다.

그 다음에 주로 읽었던 책이 러시아 소설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과 톨스토이의 작품들. 죄와벌을 통해서 민중들의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았을 것이고 톨스토이를 통해 평화관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알려진 대로 기독교아나키스트이다. 비폭력에 입각한 평화주의 사상은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관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김대중 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첫 이미지 화면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썼던 ‘평화’라는 서예 작품을 볼 수 있듯이.




그 다음에 읽었던 책들이 박경리선생의 대하소설 토지다. 토지를 통해 한국근현대사를 산 민초들을 삶을 이해하는 폭을 넓혔을 것 같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서양문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 같다. 물론 ‘역사의 연구’는 서구인이 쓴 서구적 관점의 비평사이기 때문에 한계도 있지만, 서양 역사를 통해 비전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미래학을 대중화 시킨 책이다. 농업혁명,산업혁명을 거쳐 과학기술시대를 가늠케했던 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강국, 컨덴츠의 중요성을 만들고 알리는데 중간 다리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은 고난의 시절을 통해 비전을 만들고 사상을 가다듬어 내었다. 통일관 역시 독서를 통한 사상관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랑, 화해, 도전, 평화.... ‘


민주주의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고인은 쟁취했고, 이루었다. 생각과 실천, 행동하는 양심의 밑바닥에는 바로 책이 있었다.


* 이미지 출처: 김대중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