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라.
죽은 자도 살아, 남과 북의 손을 잡게 하지 않는가.
엎드려 통곡해라.
통합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문병란의 시를 읽어라
노둣돌을 놓은 김대중을 기억해라
직녀(織女)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해가 떠올랐다. 세계사에 유례없이 한 해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오늘 있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
수평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한 사람, 그 길을 이어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또 한 사람. 민주, 참여 정부를 만들고 이루었던 두 사람이 현실세계를 떠난 것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아픔이다.
우리들은 한 사람을 떠나보냈고, 오늘 또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 뜨거운 햇살은 이글거리지만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눈물의 강이 흐른다. 영결식의 뜻은 죽은 사람을 영원히 보내는 것. 하지만 영원히 간직할 수밖에 없는, 고인이 걸어 온 길.
오늘은 절기로 "모기 입도 비툴어 진다"는 처서다. 가을이 보이지 않는 여름의 끝. 절망의 끝에서 고인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희망이 보일런가. 영결식이 지나고, 며칠 후면 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이다. 이승이 있다면 고인의 추모하는 마음들이 다리를 놓아, 노무현과 김대중이 만나면 좋을 텐데. 문병란의 시처럼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마음과 마음이 노둣돌을 놓자.
견우와 직녀가 만났듯이, 북한조문사절단과 이명박 대통령이 만난다. 세상은 이렇다. 산자도 하지 못한 일을 죽은 자가 이루어 낸다.
슬픔을 끝내고 만나야 하는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조국에 대한 염원을 뒤로하고 고인은 이제 길을 떠난다. 지금 은하수도 말랐고, 눈물의 샘도 말라가지만. 희망의 두레박으로 슬픔의 샘을 다시 파자. 눈물은 때로는 화해의 길을 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보냈고, 오늘 또 한 사람을 보내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고인들의 생각과 걸어 온길,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를 풀지 못한다면 통합은 없다. 고인이 죽어 만들어 낸 통합의 정신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는 노제가 없다. 길이 없지만 마음의 길은 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두 번의 죽음을 넘어, 살아남은 자들은 거짓된 진실로 눈 먼 사회를 만드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어 내어야 한다. 산자의 책무다. 진정 두 분이 추구했던 길을 마음아파하고 염원한다면, 다시 눈물을 걷어내고 길을 만들자. 통합은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다. 역사는 그래왔고 증명해 주었다. 마지막 고인이 가는 길. 길이 멈춘 곳에서 길을 생각하며 마지막 눈물을 바치자. 잘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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