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상식일까, 언어의 배신일까?
글/밥이야기
소통의 광장(물질공간과 사이버광장)에는 작위적인 소통의 방식이 흘러넘치고, 시민들은 먹통사회라고 외친다. 소수와 소수, 소수와 다수, 다수와 다수가 소통되지 않는 현실을 살펴보고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불평등, 불만, 불통, 즉 3불(三不)시대는 어떠한가? 이것은 정치·경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세 가지는 이름만 다를 뿐이지, 본질은 하나다. 따라서 불통만 해결되어도 나머지 둘은 절로 해결된다.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공동체와 공동체,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 소기업과 대기업, 개인과 정부, 정당과 정부 모두가 불통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말의 권력과 말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첨단 디지털 매체로 인해 가상의 광장과 온라인 네트워크가 활짝 열렸다. 디지털 시대와 소통시대가 만남으로써 자발적인 변화가 시작되었고 의사소통 부재시대가 열렸다. 소통의 장이 펼쳐졌지만 상당수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 가면무도회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원래 축제는 그 자체가 소통이었다. 일과 놀이였다. 그러나 사공간에서의 축제는 축제의 본질을 상실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에서의 가면이 떠오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운동을 하던 무리는 왜 가면을 쓰고 등장 했을까?소통과 민주주의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자. 민주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전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위키피디아와 한국민족문화백과사전에 담긴 내용 역시 차이가 있다. 소통민주주의와 소통정의라는 표현의 의미는 어떠한가? 이에 대한 답은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다. 그의 주장은 비판이론을 넘어선 합리성과 진실과 연결된다.같은 용어나 주제를 놓고 사회철학자와 정신심리학자의 의견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상식은 존재한다.
소통과 막힌 벽
ⓒ 밥이야기(유창주)
. “상식(common sense)이란 깊은 고찰이 없어도 경험에 의해 분명해진 지식, 이해력, 판단력을 의미한다.”9 모든 문제는 이 상식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때 시작된다. 상식의 부재는 소통의 부재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는데 왜 권력자나 전문가나 지식인이나 거대기업 대표나 정치인은 모를까? 아니, 왜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걸까? 먹고 살기에 바쁜 일반인은 자기 목소리를 낼 틈도, 힘도없을 때가 많다. 때로는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물 때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소통과 참여의 시대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매체는 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도구는 누가 무슨 의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판이한 결과를 보인다. 게다가 일반 시민이 합리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이성적으로 합의를 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소통 자체가 일방적으로 세력화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네티즌들이 소통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것 같지만, 자칫하면 흑과 백(정과 반)이 나뉘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 이해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곧 그것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소통에서 타자의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모든 것이 빨라져야 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은 느려진다. 인터넷과 대중매체 등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상호작용인 제반 기술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투자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간다. 이 사실만으로 우리는 소통의 어려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10 이해를 원하는 소통은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소통 수단과 관련된 전문서적은 넘쳐나지만 소통을 대표하는 원칙과 기준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 관계형성을 위해 애쓸 필요가 있다. 관계가 형성될 때 소통이 가능하고, 소통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다. 이 행복은 나 홀로 행복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이다. 부탄의 지성인 카르마 우라(Karma Ura)는 “우리는 로빈슨 크루소의 행복을 믿지 않습니다. 행복은 관계 속에 있어요”11라고 말했다. 사람과 사람의 좋은 상호관계가 행복이 아닐까.
소통 공유 네트워크
ⓒ 밥이야기(유창주)
* 참고 인용
10 도미니크 볼통, 불통의 시대 소통을 읽다, 채종대·김주노·원용옥 옮김
(살림, 2011).
11 쓰지 신이치, 행복의 경제학, 장석진 옮김(서해문집, 2009).
소통법 10가지
1. 항상 귀를 기울이자. 불필요한 충고를 해주기 전에 반드시 먼저 듣는 것을 배우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먼저임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2. 미안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자. ‘미안합니다’라는 한 마디는
폭력과 문제를 단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해결책이다.
3. 항상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 예기되지 않은 때에 베푸는 친절은 더욱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4. 어린이들과 종종 시간을 보내자. 우리가 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5. 인내심을 기르자. 경솔한 판단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6.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자. 소통에 대해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들은 민주사회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7.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역사회의
부모 워크숍 등에 참여하자.
8. 소통은 가정에서부터 비롯된다. 우리 자신의 가족을 돌보고
평화를 앞당기는 일에 참여하자.
9.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관찰해보자.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여
러 가지 편견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되돌아보자.
10. 개인 내면의 평화를 찾아보자.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갖고
우리 안의 내면을들여다보자.
ⓒ 밥이야기(유창주)
* 미국 버몬트 주 워터베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스크림 회사 벤 앤 제리스(Ben & Jerry’s)가 고객 및 지역사회와 함께 환경과 평화에 관련된 50가지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뽑아낸 소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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