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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한살배기 다은이가 감옥에서 지낸 이유

by 밥이야기 201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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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밤 안방을 노크했던,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 '엄마의 고백' 편. 녹화해둔 동영상을 비 내리는 오늘 새벽에 보았다. 김하늘의 대지에 차분히 가라앉은 안개같은 내레이션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감번호 116번. 사기, 절도, 주민등록 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 선고받고 청주교도서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한 엄마(정소향)의 이야기. 정소향 씨는 수감 이후, 임신 6개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가 태어났다. 이름은 가은이. 엄마는 어린 시절 유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혼 이후, 상황은 바꼈다. 친부모가 아니라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어느때보다 민감한 청소년기에 접어든 엄마는 가출했다. 나쁜 친구들과 만났다. 편의점, 찜질방 과일장수,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러다 가은이의 아빠를 만났다.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18개월간 같이 생활을 할 수 있다. 엄마는 가석방을 신청했다. 하루에 바깥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30분. 아이는 엄마와 함께 그렇게 감옥에서 17개월 동안 생활을 했다. 엄마는 가석방 신청을 했고, 받아들여졌다. 엄마와 가은이은 석방되었다. 하지만 자유는 두렵다. 감옥에서야 숨통이 막히지만, 돈 걱정은 없다. 물론 나름이다. 돈이 있으면, 바깥 세상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자유조차 두려운 가은이 엄마. 엄마와 가은이는 한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미혼모 시설에 입주한다. 미혼모. 가은이 엄마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가진게 된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미혼모는 ' 결혼하지 못한 몸으로 엄마가 된 사람 '이다. 미혼모라는 말이 부정적이기에 서울시에서 미혼모를 대체할 말을 찾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름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다. 미혼모(한가족)는 대부분 딱한 사연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여자가 혼자 살아가는 것도 편견의 눈으로 보는데,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운다면 편편견(편견 곱배기)이다.





미혼모는 삼중고에 시달린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다. 후유증이 심각하다. 미혼모시설에 들어가도 2년 밖에 있지 못한다. 홀로서기가 만만치 않다. 거기다가 범죄경력이 있다면 어떻겠나? 홀로서기에 성공하더라도, 뒤늦게 아빠를 자처하면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은이 엄마는 출소후 아빠를 찾지만, 아빠는 거절한다. 결국 홀로서기에 나서 가은이 엄마. 시급 4천원대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한다. 가은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혼모 자녀에게는 어린이집이 무료다. 매일 엄마의 눈동자만 보고 생활했던 가은이에게도 곤혹스럽기는 매찬가지다. 하지만 가은이 엄마는 이달의 우수 사원으로 뽑힌다. 시작이다. 가은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휴먼 다큐는 끝난다.



눈물이 난다. 미혼모, 퇴출되어야 할 이름이다. 글을 쓰면서 실명을 공개해서 언짢기도 하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사회의 작은 관심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변화가 중요하다. 큰 돈과 명분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약자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 한 때 죄를 지었지만, 사죄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 휴먼다큐처럼 모든 미혼모가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감상적 눈물보다,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관심과지속적인 정책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직업과 성별, 부의 무게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이 시나브로 열리길 기대하고 싶다. 김하늘도 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늘에 바늘 같은 숱한 구멍이 뚫렸다. 내일은 부모님의 날이다. 가은이는 안녕한가? 엄마를 잊지말기를.... 그 이름도 기억속으로 사라져, 쑥쑥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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