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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밥

김연아는 왜 '지젤'을 선택했을까?

by 밥이야기 201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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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1 피겨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습니다. 13개월의 공백을 깨고 '지젤'을 선보인 김연아는 한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침착함과 노련미를 발휘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젤(Giselle)은 고전 발레의 교과사라 불리지요. 19세기 프랑스 시인 고티에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탄생된 지젤은 '백조의 호수'와 함께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지젤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하이네의 독일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작품. 독일의 한 지방의 전설이기도 합니다. 독일의 흑림처럼 우울한. '사랑의 배반으로 죽은 처녀귀신들이 밤마다 무덤에서 나와 춤을 추는...' 그렇기에 김연아의 검정색 의상도 잘 선택했다고 여겨집니다. 피겨스케이팅에 지젤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선택. 기술적인면도 중요하지만 예술적으로 어떻게 승화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완숙미도 요구되지요.








러시아는 '발레'를 사랑하는 국가 중에 하나입니다. 만약 일본에서 대지진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면, 지젤보다는 다른 주제를 선택했을겁니다. 러시아 분위기와 어울리는 지젤을 선택한 혜안이 돋보입니다. 지젤은 프랑스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후에는 러시아발레단에서 작품을 소화해내면서, 지젤하면 러시아발레단을 연상시킬 정도니까요. 어제 경기가 열리기 전, 김연아 선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중국 기자에게 황당 질문을 받았습니다. " 남자 친구가 있느냐?" 김연아 선수나 국내 팬들 입장에서야 웬 황당질문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젤과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지젤이니까요. 물론 중국 기자들이 지젤을 선택한 배경을 이해하고 질문을 던졌다면 황당은 적절한 질문으로 바뀔수도 있었을 겁니다. 



지젤은 2막으로 구성되어있지요. 1막(경기 측면/쇼트 프로그램)은 잘 끝났습니다. 2막(프리)에서는 지젤을 넘어 '오마주 투 코리아(한국에 경의를 표합니다)'로 가장 한국적(아리랑)인 것이 세계적인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김연아는 이번 경기를 통해 지젤에서 아리랑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길 기대합니다. 지젤이 유럽 문화권의 발레로 대표되는 상징이다면, 아리랑은 한국인의 애환과 슬픔을 상징하는 민요입니다. 지젤이 2막이다면 아리랑은 2행시로 간결합니다. 간결하지만 아리랑에 담긴 속내와 의미는 유구하지요. 아무쪼록 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프리정신으로 러시아의 빙판을 달구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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