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의 빈소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상의 은사, 우리 시대 실천하는 지성인이었던 리영희. 펜 하나로 전환시대의 논리를 가지고 삼엄했던 독재시대에 맞섰던 리영희. 고인이 지난 6월에 정연주 KBS 전 사장에게 보낸 팩스 한 장을 다시 살펴 읽어 보았습니다. 리영희 선생이 보낸 짧은 글은 오마이뉴스에 공개되기도 했지요.
*사진출처:정연주
정 사장
전화들이 연결이 안 돼서 이리로 보내오.
상황의 진전을 주시하면서 정 사장의 처지와 심정을 헤아리고 있소.
같은 전선에 섰던 전우와 동지들이 허약하게도 스스로 할 바를 다하지 않고, 백기를 들고 꼬리를 감고 물러나는 꼴들을 보면서 한탄밖에 없소.
정 사장 한 사람이라도, 민주주의 제도의 책임 있는 '공인'(公人)이 자신의 권리와 직무와 직책을 정정당당하게 수행하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주면 좋겠소.
지금 나는 정 사장의 모습에서 이순신 장군을 보고 있는 느낌이오.
반 민주주의 집단의 폭력과 모략으로 꺾이는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명예롭게 소임을 다 하시오.
그래서 민주주의에도 영웅이 있을 수 있다는 모범과 선례를 남기시오.
명예로운 죽음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오.
명예로운 죽음. 참 쉽지 않지요.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임기가 보장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모함도 있었지요. 죄를 덧 씌워 거리로 내몰았으니까요. 소송이 이어졌고, 국가 권력의 부당함이 법원에 의해 무죄로 판결 내려졌습니다. 리영희 선생은 여러 번의 해직과 옥고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글을 쓰셨습니다.
분단 시대와 독재 권위정권의 시대의 증언자이자, 고발자이기도 했던 리영희. 굴곡 많았던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예리한 필봉으로 수놓았던 리영희. 빈소에 꽃 하나 바치지는 못할지언정, 그가 올 곧게 걸어온 지성의 길에 마음 핀 존경의 꽃을 던져 드립시다. 인문학 부재의 시대, 참 스승이 없는 시대, 언론이 곡학아세하는 시대.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가 다시 허물어진 시대.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던지고 있습니다.
“백기를 들고 꼬리를 감고 물러나는 꼴들을 보면서 한탄밖에 없소” 이제 백기를 묻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생이 남기신 실천적 삶을 다시 이어 살려 낼 때입니다. 왜냐면, 왜냐면을 끊임없이 던져야 하는 야만의 시대가 옷만 갈아입고 다시 부활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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