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기량은 출중했지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거두어들인 메달 숫자는 7개(금3 은2 동2). 대단하지요. 단 하나의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눈물 흘린 선수들을 떠올리면. 박태환 선수의 주 종목인 200미터와 400미터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거기다가 수영과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100미터에서도 일본과 중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는 사람들은찬사를 넘어 경이로움까지 보탰습니다.
그런데 박태환 선수가 1,500미터 자유형에 나선다고 했을 때는 놀랬습니다. 단거리 선수가 마라톤까지 소화하겠다고 하니, 너무 의욕이 앞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물론 박태환 선수는 1,500미터 경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1,500미터는 중국선수가 세계적 기량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라 박태환 선수가 소화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는 은메달. 대단하지요.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면서 해설자나, 경기 이후 뉴스 앵커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으니까요. 과유불급.
내가 만약 박태환 선수의 코치였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경기를 포기하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태환 선수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소화해내었습니다. 슬럼프 기간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이겨내었지요. 박태환 선수의 1,500미터 도전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단거리와 장거리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
한국 사회의 100미터와 1,500미터
지금 한국 사회는 중단거리와 경기와 장거리 경기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한 사회는 장거리 포석입니다. 하지만 말은 금방이라도 공정한 사회를 이룰 듯이 말합니다. 서민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단거리 경주처럼 ‘말’만 달리고 있습니다. 정작 장거리로 달려야 할 4대강 사업은 단거리 경주처럼 달리고 있지요. 과연 초당파적인 국가 비전이 있는가? 정권이 바뀌어도 큰 그림을 보고 달려갈 비전이 있는가? 의심스럽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다 바뀔 수밖에 없는 단거리에만 목숨 걸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짐은 고스란히 누구에게 떠 넘겨질까요?
녹색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녹색 성장이라는 말은 이율배반적입니다. 녹색이라는 함의에는 속도지상주의가 배제되어야 합니다. 녹색은 환경에만 국한되어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너무 빨리 개발을 이루어내면서 소외되거나 잊혀진 것들을 복원하자는 뜻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녹색 성장이라는 말이 아니라 녹색 복지라는 말이 맞습니다. 이렇듯이 국가 운영 기조에는 철학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은 1,500미터와 100미터를 한꺼번에 다 소화하려다 보니,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불가능한 꿈을 카피로 채우려 하고 있는 거지요. 100미터는 100미터에 맞게, 1,500미터는 1,500미터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지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요. 거품의 환상을 지워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100미터와 1,500미터를 구분하지 못하니까요. 그 결과가 드러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태환 선수의 1,500미터 경기를 바라보면서 한국 사회의 1,500미터를 떠올린 이유입니다. 아무튼 새로운 부활의 전주곡을 올린 박태환 선수에게, 비록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모든 한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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