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자, 희망비타민이 되어 주었던, 최윤희씨(강연자, 방송인, 작가)가 남편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공개된 유서 전문을 읽어보니 가슴이 미여 온다.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행복을 나누어 주기 위해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떠나는 글…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배터리가 방전된 거래요. 2년 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전주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에 실렸고 또 한 번의 절망적인 선고였어요. 그리고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 이상 입원에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 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그동안 저를 신뢰해 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고인의 유서>
비타민이 사람 신체에 꼭 필요하듯, 최윤희씨가 전파한 행복, 희망 비타민은 정신적, 심리적 비타민이었다. 삶의 활력을 배가 시킬 수 있는 비타민. 물론 먹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최윤희씨가 나누어준 비타민은 고인이 남기 글과 말로 오랫동안 회자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은 병이 가져다 준 많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마지막 길을 선택했다. 행복 바이러스는 세상에 시나브로 퍼졌지만, 고인의 몸에 스며든 바이러스는 막아날 방법이 없었다.
최윤희씨 강연은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강사라고 불렸다. 하지만 정작 고인에게 온 것은 병마. 700가지 고통. 700가지 이상의 희망과 행복 비타민을 세상에 퍼뜨렸건만, 정작 자신에게는 병으로 돌아왔다. 최윤희씨의 남편도 같이 고통은 안고 떠났다. 끝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부부의 마지막 대화와 눈길은 막연하게 그려진다. 최윤희씨를 알았건 몰랐건, 최윤희씨 부부의 죽음은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 자살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고, 한국의 자살률을 말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일의 속도, 건강, 안락사 등. 하지만 여론은 거품처럼 일다가 순식간에 꺼질 것이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그 어떤 것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말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죽음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혹자는 자살을 비판하지만, 자살에 이를 수밖에 없는, 부부가 동반자살을 선택할 없는 상황을 이해할 것 같다. 행복이라는 것 또한 결국 자신의 선택이 아닐까? 고통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희망과 행복이었는지 모른다. 표현은 아닐 수 있지만. 사선의 경계에서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현실 저 너머에는 최윤희 부부에게 병마 없는 세상이 열려있기를.. 아울러 남겨진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고인의 뜻을 이해하고 고인이 남긴 책과 말을 이어가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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