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겨레신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논란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하루아침에 유명 스타가 된 유명환 장관과 딸. 특별감사도 시작되었다. 즉 나가라는 뜻.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유명환 장관 딸 특채와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유 장관을 ‘염치’가 없다고 질타했다.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던 유명환 장관과 외교통상부. ‘공정한 사회’ 덫에 제대로 걸렸다. 이명박 정부는 광복절 경축사 때 나온 공정사회가 아킬레스건이 된 셈. 국민들도 이제 평가의 잣대를 공정과 불공정만 들이대면 된다. 편해졌다. 공정가이드라인만 있으면 된다.
유명환 장관 딸 특채는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벌집을 건들인 것이나 마찬가지. 연고주의의 표상이 되었다. 이 하나의 문제에 모든 사회적 현상이 다 포함되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나와도, 연줄 없으면 맹물. 부모 잘 만나면, 취직걱정 없다. 가정교육 문제도 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도 나온다. 상식을 뛰어 넘는 행동을 했다. 사조직도 아닌데. 자신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곳에 지원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사실.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 한 아버지.
대한민국에 사는 아버지와 딸 관계를 모독했다. 서울 노량진과 신림동 고시촌, 24시간 불켜진 대학고시동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국가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금을 가게 했다. 이들을 3고를 모른다 말인가 ‘외롭고(孤) 힘들고(苦) 높고(高)’. 몇 번의 낙방과 스트레스로 자살한 사람을 기억하는가. 취업전문업체 잡코리아는, 20대 취업 준비생 중 50% 가까이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유명환 장관 딸 특채는 많은 이들에게 절망을 주었다. 100만 청년실업 시대. 특별한 특채에 끼이지도 못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컵라면에 감옥 같은 방에 젊음을 태우고 있는데, 이들의 속을 풀어주지는 못하고 속을 불타게 만든 유명환 장관과 딸. 특채를 묵인한 외교통상부. 어찌 이들 뿐이겠는가?
박연신은 한국사회를 ‘친분적 자본주의’로 규정했다. 근면과 책임, 그리고 성취동기가 가족의 이익이라는 물질적 가치에 움직인다고. 이런 사회에서 이제 능력이 없는 사람도 능력을 개발해 낼 생각은 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연고의 부재로 돌릴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아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알포드)”
유명환 장관은 오늘이라도 사퇴하고, 다시 국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아니 이 땅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또한 유명환 장관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 특별감사를 통해 특별한 채용의 비밀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길 만이 공정사회로 가는 길 아니겠는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 사회 연고주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틀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똑 같이 출발해서 달릴 수 있는. 아무리 교육제도를 개혁한들 무엇 하겠는가. 근원적인 뿌리를 뽑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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