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의 영토 만들기,‘예술과 외설사이‘

*이미지출처:낸시랭 홈페이지

최근 영국에서 거지여왕 퍼포먼스를 벌인 낸시랭(본명 박혜령). 영국 여왕 생일 퍼레이드에 발맞추어 테이트모던, 트라팔카광장, 테이트브리튼, 버킹엄궁전 주변에서 구걸 쇼를 선보였다. 1파운드와 1평 기부받기.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영토(the United Kingdom of Nancy Lang)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 영국 여왕을 위한 영국이 아니라, 낸시랭을 위한 영국 만들기.

 

낸시랭은 언제나 자신의 분신인양 고양이 인형을 어깨에 매달고 다닌다. 낸시랭은 어제 YTN ‘뉴스&이슈’에 출연, 앵커에게 고양이를 어깨에 매달게 한 다음 “큐리 섹시 캐티 낸시 야옹”이라는 말을 따라하게 권유, 웃음(아래 동영상 참고)을 자아냈다. 동영상이 퍼지자 낸시랭이 실시간 검색 상위에 랭크되고, 낸시랭 공식홈페이지는 트래픽 부하에 걸릴 정도였다.

 

낸시랭의 가벼운 미학은 정말 가벼운 것인가? 내시랭의 작품(퍼포먼스 등)을 보면 팝아트, 신디셔먼의 행위예술 사진(다른 인물 되기), 키치예술(질 낮은 예술)이 짬뽕되어 있다. 키치라는 뜻이 사이비를 뜻하는 미술 용어지만 현대미술에서는 폭넓게(일상 예술, 대중 패션 등) 쓰인다. 저질스러움이 겉은 번지리 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현실 물질문명이나 부유층의 사치를 꼬집기도 한다.

 

낸시랭은 육체를 들어낸다. 비키니 차림으로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60대 표지사진을 연상케 하고, 가볍게 툭툭 던지는 말은 격식이 없다. 순수예술 하는 분이나 예술와 외설의 경계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 중에는 낸시랭은 예술가가 아니라, 외설배우에 가깝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예술은 사기다’라고 말했던 백남준. 만약 백남준이 외국에서 활동하지 않고, 한국에서 작품을 했다면 쉽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바이올린을 땅에 질질 끌고 걸어 다니는 장면을 보았다면 예술 맞아? 고개 돌리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예술은 정말 고등사기일까? 100% 동의는 할 수 없다. 그만큼 예술은 고차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싶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은 왜 낸시랭이 예술가가 아니다고 평가절하 하는 걸까? 깊이? 고등사기가 되려면 이론이 필요하다. 보편성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이론적지지 기반이 있거나 지지예술가그룹의 영향력이 존재해야 한다.

 

한국에는 예술세계에도 연고주위가 뿌리 깊게 내려 있다. 줄이 있어야지 예술가도 인정받는 사회. 낸시랭은 그런 면에서 가벼운 미학을 선택한 것이 살기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니었을까?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의 진입장벽에 대해 많이 고심했을 것 같다.

 

낸시랭을 비판할 때 예술과 외설을 이야기한다. 외설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성욕을 함부로 자극하여 난잡함 , 매우 무람없다는 뜻. 무람없다는 말은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는 자유분방, 천방지축 스타일의 사람을 비유할 때 쓴다. 낸시랭은 무람없고,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오락가락 하지만, ‘예술가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성의 상품화를 비판할 때 성을 드러내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마광수의 소설 작품을 외설이라고, 외설소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외설을 드러낸 외설적 소설일 뿐이다. 세상을 둘러보자. 포르노그라픽 세상 아닌가. 포르노를 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낸시랭의 퍼포먼스는 포르노그라픽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포르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낸시랭은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서있는 대중예술가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사이비 예술 키치도 예술 아닌가? 낸시랭이 영국에서 벌인 천방지축 퍼포먼스가 국가 망신이다고 보지 말고, 자신의 영토 찾기를 위한 시행착오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세상은 넓고, 땅도 많지만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지상의 1평이 없는 현실에서, 가벼움의 미학이 그럴 듯 해 보이는 이유다.

<영국 퍼포먼스 동영상>

 

<낸시랭 ytn 돌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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