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대한민국 정부가 나를 사찰한 이유‘

 

공권력이라는 괴물

이명박 정부 들어 너무 놀랄 일이 많아서 그런가, 이제 웬만한 일도 무덤덤해졌다. 어제 밤부터 추적추적 내리 비가 새벽 짙은 안개를 품어내며 이어가고 있다. 세상일 참 불투명하다. ‘한 개인이 국가 권력에 의해 이렇게 짓밟힐 수가 있구나’ 라고 잠깨어 생각을 끄집어 올리니 안개처럼 암담하다. 어제 MBC PD수첩 ‘대한민국 정부는 왜 나를 사찰 했나’를 보고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지만, 국가 이름으로 자행된 정부 권력에 신물이 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 서기 전 후 BBK 동영상은 이미 많이 유포 되어 있었다. 왜 그런데 김종익씨가 딱 걸렸을까? 고향이 이광재(강원도지사 당선자)씨와 같아서? 강원도 평창출신의 기업인이라서, 노사모라서 참으로 유치하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방문객 몇 십 명에 불과한 블로그에 이명박 대통령의 BBK의혹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고 내사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랬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몰상식이 상식으로 둔갑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왜 블로그 내사를 해야 하는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무원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관에 대해서 알리고 지원하는 업무를 처리하면 된다. 국무총리실은 국무총리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행정기관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초상

그런데 왜 뜬금없이 한 개인을 물고 늘어져 내사하고 압력을 넣어 파탄하게 만들었나. 명예훼손과 횡령 혐의. 이렇듯 표적수사나 ‘대표괘심죄’에 걸리면 한 개인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어제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었다. 김종익씨는 검찰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헌법소원청구를 냈다. 민간인 사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이 제기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미네르바 구속사건 아닌가.

 

김종익씨는 이명박 정부가 만든 희생양이다. 정부는 평범한 한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 죄를 저질렀다. 자신들의 윤리관을 돌아보지 않고, 국민들이 비판하는 목소리도 귀담지 않고 오로지 권력을 등에 업고 과잉 충성한 결과가 만들어낸 시대의 비극이다. 그렇지 않은가. 김종익씨가 그러한데, 누가 그런 경우에 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죄를 뒤집어씌우면 어떻게 항변하랴. 사회적 약자의 경우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번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묵살했으며, 월권행위를 통해 저지른 범죄다. 헌법소원을 청구하자, 청와대는 행정비서관(정무수석실 산하)은 김종익씨와 통화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 국회 국무총리실 국정보고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고, PD수첩에 제보하지 않았다면 밝혀질 수 없었던 일. 하지만 결국 진실을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헌법재판소’를 법무부 산하라고 생각하는 행정관이 있는 청와대.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이 침해된 사례만 보아 민간백서를 만들어 공개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얼마나 많겠는가. 이번 일은 가볍게 넘어갈 일이 분명 아니다. 누구나 김종익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의 친구가, 당신의 동료가... 우선 국무총리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세종시가 국회 본회의에 부결된 것과는 관계없다. 자신의 관할하고 있는 국무총리실에서 발생한 일 아닌가. 그 당시에 국무총리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시 말해 전임 국무총리로 수상대상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김종익씨의 이름으로 이들을 고발, 고소해야 한다. 빼앗긴 김종익씨의 권익과 명예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일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자신을 명예훼손 시켰다며 국가권력이 저지른 횡포인데, 나몰라 별 것 아니잖아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종익씨가 겪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짙은 새벽안개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 권력의 오만한 장마가 언제 끝날 것인가?



<김종익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던 BBK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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