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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밥

고현정과 함께 떠난 법정스님의 길 없는 길

by 밥이야기 201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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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 오신 날’ 만난 법정 스님과 고현정

 
어제(21일) 방송 된 ‘MBC 스페셜’은 특별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지난 3월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고현정 내레이션을 따라 잠시 ‘길 없는 길’을 떠났다. 길은 애당초 없었다. 길은 사라지고 열린다. 열리고 막힌다. 고현정 목소리(첫 내레이션)는 법정 스님의 지난 세월과 어울려 잔잔한 울림을 전달해 주었다. 다큐멘터리에 있어 내레이터의 역할은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현상과 본질이 너무 과한 목소리에 막힐 수 있다.

 
법정은 책을 좋아했다. 책을 손에 놓지 않았다. 그의 글쓰기는 혼자만의 해탈이 아니라, 나눔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전남대학교를 졸업한 법정은 정태춘이 부른 ‘탁발승의 노래’처럼 입산했다. 스님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법정은 절에 머물지 않았다. 암울했던 한국 현대사는그를 불러 세웠다. 양심에 따라 현실의 부조리를 외쳤지만, 인혁당 사건으로 무고한 생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법정은 송광사 불일암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수도라는 것은 무엇일까?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일 수 있을까? 수도는 자신만의 깨달음으로 끝나며 되는 걸까? 법정은 수도와 명상을 통한 글쓰기를 통해 대중에게 불교의 설법을 넘어 부처와 불교의 가르침이 육화된 화두를 쉽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2. 왜 ‘무소유’였을까?

‘자본’과 ‘소유’의 역사는 인간의 욕망을 키웠다. 불교의 문외한이라도 부처의 가르침 고갱이가 욕망을 지우는 일, 가짐을 버림으로서 자연과 하나 되는 길,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자비라는 것을 안다. 불교의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자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화로운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 말아야 한다.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각이 안정되고 지혜로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법정은 자비를 실천하려고 했고, 자비의 뜻을 대중에게 알리려 했다. 많은 사람들은 법정의 글을 읽으면서 단아하고 간결한 글에 이끌렸다. 만약 법정이 쓴 글을 읽고 실천했다면 어떤 세상이 열렸을까? 법정의 말대로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 가지자는 것. 현실은 필요에 무한대의 욕망을 날개로 달았다. 그 날개 짓이 폭풍을 만들고 산과 강을 파헤치고, 인간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3. 고현정의 목소리는 물소리, 법정의 수류산방

 




고현정의 목소리는 고현정이 보이지 않았다. 물처럼, 바람처럼 법정이 강원도 오대산 첩첩산중에 둥지를 튼 수류산방으로 안내했다. ‘기도 하라’. 수류산방의 알림. 법정은 폐암으로 몸져누워 있을 때 수류산방을 가장 그리워했다고 한다. 채소밭 가꾸기. 글쓰기. 밭일을 도우러 온 사부대중에게 국수를 만들어 주었던 법정. 산의 끝자락에서 법정의 인생의 끝자락을 보면서 ‘무소유’의 정신을 보냈다.

 
왜 그는 그가 남긴 모든 글들과 책들을 절판하라고 했을까. 법정의 이름만 남기려 했던 걸까. 법정은 세상만사 자신의 글처럼,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글은 분신이다. 몸을 태워 없어짐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깨달음을 얻길 바란 걸까. 수선화(水仙花)를 좋아했던 법정. 겨울에 피는 꽃. 수선화 꽃이 핀 12월과 3월을 지나 수선화 지듯 법정은 갔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무소유와 나눔은 계속 살아 갈 것이다. 시나브로 사람의 인식을 바꾸어 낼 것이다. 욕망의 자본주의 전차는 어둠을 뚫고 새벽을 달린다. 하루는 인생에서 짧다. 하지만 하루를 인생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순간순간을 인생의 마지막 처럼 보낸다면 세상은 더 맑아질 것이다.

 
4. 맺는 말.

 
“목련 꽃 그늘 아래서...” 지난 4월 28일 송광사에서 법정스님의 49재가 열렸다.
그의 유골 일부는 후박나무 아래서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울 것이다.
제주도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법정은 병을 씻어 내지 못했지만, 고향 해남의 파도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픔의 순간에도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 온 한의사에게,
독거노인을 위해 침을 놓게 했던, 쌀과 먹을거리를 나누었던 법정.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남을 위해 나눔의 손길을 내민 법정.

 
우린 이제 그를 영원한 ‘무소유’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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