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마련한 ‘김제동의 똑똑똑’. 김제동 씨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의 닫힌 문을 두들겼네요. 문을 열고 나온 유인촌 장관은 김제동 씨에게 여러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데, 그 중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만 간추려 볼까 합니다.
김제동
"정부·정권·정치를 비판하는 코미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힘 있는 곳이 코미디의 소재가 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봅니다만."
유인촌
“어느 사회든 풍자가 가능해요. 조선시대 남사당이 뭘 풍자했나요. 정치, 종교를 풍자했잖아요. 결국 해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예술의 역할이 그런 거죠. 예술가가 길거리 뛰지 말고 작품으로 말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고, 길거리에서 뛰지 말라고 하는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20세기 세계의 지성 중에 한사람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경이 유인촌 장관의 이야기를 들으신다면 포복절도 하지 않을까요? 러셀은 여성의 성해방 운동과 반핵, 반전운동으로가 옥중 생활까지 합니다. 현실 참여 작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의 까뮈나 샤르트르 저항문학의 기치를 드높인 인물들입니다. 예술가 중에서 길거리를 뛰어 다닌 작가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냥 뜀박질만 한 것이 아닙니다. 부조리한 현실과 싸웠지요. 작가마다 다 다르지 않겠습니까. 현실을 멀리하고 은둔의 세계에서 작품을 쓰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저항하며 창작 정신을 불태우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누가 나쁘다 좋다 할 수 없지요.
▲1958년 영국에서 핵무기를 반대하며 벌인 ‘제1차 올더마스터 행진(Aldermaston March)’ 핵비무장운동(CAD)의 시작을 축제로 만들었던 시위. 버트런드 러셀은 행진에 앞장 서 참여하다 구속되었다. 그의 나이 90세가 다될 무렵. 러셀의 구속은 많은 후배 시민운동가(반다나시바,사티시 쿠마르 등)들에게 지식인의 참여상과 미래 시민운동의 좌표를 제시해 주었다.
그 판단은 예술작품을 보는 독자나 관객의 몫이 아닐까요. 유인촌 장관의 말은 문학이나 창작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발언입니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뛰어다닌 작가들 작품은 다 빼야 되겠네요. 이러니 문화계와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를 총괄하고 있는 장관이라면 편파적 발언을 해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끝낸 김제동 씨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나는 유 장관이 장시간 밝힌 원론적 주장에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유 장관에게 나는 “누구나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정치코미디를 하고 싶다”면서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니 구분 없이 오로지 웃기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좌나 우나, 살아있는 권력도 웃음의 소재가 된다면 끊임없이 비판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 나라 문화계를 대표하는 장관에게 ‘허락’(?)을 얻어냈으니 ‘전원일기 둘째 아들’도 내 콘서트에 웃음 소재로 올려야겠다.“(김제동)
김제동 씨의 발언을 유인촌 장관이 하는 것이 맞지요. 좌, 우 가릴 것 없이 웃기는 게 목적이다. 유인촌 장관도 좌, 우 치우침 없이, 편견 없이 문화정책을 잘 펼치면 됩니다. 김제동 씨의 정치코미디가 기대됩니다. 살아있는 권력도 웃음의 소재가 된다면 끊임없이 비판해야 합니다. 텔레비전 안방 프로그램이 되었건, 거리가 되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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