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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은 왜 황금색일까?

by 밥이야기 201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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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 뉴시스



어제 서울 종로에 약속이 있어 광화문 광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의 조잡스러움을 지적해서 또 다시 언급한다는 것이 민망(?) 하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은 황금색으로 덧칠되어 있습니다. 세종대왕을 볼 때마다 너무 불편합니다.

 

황금을 상징하는 색은 황금색.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황금과 철은 세계사에 있어서 부와 착취를 상징하는 기호입니다. 황금은 종교에 가깝습니다. 금을 찾기 위해 서양의 많은 국가들은 혈안이 되었지요. 콜럼버스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황금과 관련된 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잉카제국을 무력으로 정복했던 스페인은 수 많은 금을 약탈합니다. 특히 콜럼비아에서 금광을 발견한 스페인은 금 뿐만 아니라 은을 발견해서 막대한 부를 착취하기 시작합니다.

 

마스다 요시오의 ‘황금의 세계사’와 사이토 다카시가 쓴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을 읽어보면 금에 대한 재미있는 글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황금은 ‘신의 살’이었습니다. 이집트 뿐만 아닙니다. 황금으로 덧칠한 많은 동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인간에게 금은 신의 모습이고, 생명을 키우는 모습이며, 밝게 빛나는 불사(不死)의 상징, 즉 힘의 표상이었습니다.”(사이토 다카시)

 

금은 화폐를 대신했습니다.(금본위제). 금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금값은 춤춥니다. 달러화 중심의 화폐가 종이값이 되면 다시 금본위제가 등장할지 알 수 없습니다. 부자들의 금고에는 금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금고에서 금이 발견되어 장안의 화제가 된 사건은 부지기수지요. 부자 뿐만 아닙니다. 금반지. 결혼이나, 자녀의 돌잔치 때 금이 건네집니다. 금에는 물론 부의 추적을 넘어 건강, 지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2주 전에 한 때 독일 카셀대학의 한 교수가 방문했습니다. 이분은 세계 주요 미술제를 기획한 경험이 있는 미술평론가입니다. 이 분과 함께 인사동과 경북궁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15년 전의 인사동과 광화문을 기억하고 있던 그인지라, 바뀌어진 종로일대의 문화코스에 대해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요란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바로 세종대왕 동상이었습니다. 이순신 동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종대왕 동상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세종대왕에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러니 더 놀라더군요. 한 국가의 언어를 만들도록 중심에 선 인물에 웬 황금색?

 

광화문 광장은 광장의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을 보고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습니까? 저는 광화문 광장을 이야기 할 때마다 똑 같은 말을 합니다. 도시설계나 문화에 문외한이라 해도 이 정도로 디자인하지 않는다고. 세계화라는 말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세계 여러 나라를 견문하러 다닙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는 것일까요. 정말 관광만 하고 오는 겁니까. 눈과 귀, 양심이 있다면 세종대왕 황금색 동상이 기획 될 수 있는 걸까요? 물론 세종대왕 동상을 만든 작가에게 탓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최종 결정은 서울시 아닙니까?


창피합니다. 세종대왕이 알았다면, 서울시장은 해임감입니다. 물론 해임할 수 없지만. 디자인과 브랜드를 강조한 서울 시장 오세훈. 국격과 브랜드는 경제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문화에서 나옵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건설이 아닙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사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살펴보아도 경제를 앞세운 도시는 찾을 길 없습니다. 세종대왕 황금색 동상은 이제 흉물이 되었습니다.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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