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밥

백인이 흑인으로 살아가기

by 밥이야기 2009. 11. 1.
728x90


 ▲서양판 역지사지의 지평을 넓혀준 " 한 백인의 흑인으로 살아가기"  (가운데 사진: 작가 존하워드 그리핀)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 변혁 운동가 데릭 제슨이 쓴 ‘거짓된 진실’의 서문을 읽어 보면, 언론학자이자 작가인 존 하워드 그리핀이 쓴 ‘나 같은 흑인(Black Like Me)’이 소개되어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 그리핀(백인)이 1965년 얼굴 피부색을 검게 만들어 흑인처럼 변장하고 미국 남부를 50일 동안 여행하면서 흑백차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값진 기록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자 수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14개국 1,100만 사람들이 읽은 ‘나 같은 흑인’은 범아프리카협회 휴머니즘상,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 기독교 문화상 골드 메달 등 많은 상을 받게 됩니다. 20세기 으뜸 고전문학의 하나라 손꼽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발표한 다음부터 KKK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많은 살해 협박을 당합니다.

 
“백인을 빈민가에 데려다놓고 교육의 혜택을 빼앗은 다음 자기존중의식의 본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해야 하도록 주변 여건을 만들어놓고, 개인의 신체적인 사생활이나 여가 생활 같은 걸 전혀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들 역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금 당신이 흑인의 특성이라고 여기는 것과 똑같은 특성을 보일 겁니다. 이런 특성은 흑인 존재나 백인 존재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조건에서 비롯되지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 책은 다시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올 해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SF라는 장르를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다른 영화 '디스트릭트9‘. 아직 세계는 인종차별의 그늘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종교와 전쟁의 이름으로 벽을 만들고, 인종의 이름으로 살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흑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종, 인권, 차별의 이름으로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고 고통 받고 있습니다. 빈곤의 벽도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지요. “입장을 바꾸어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헤아려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외계인이 되어 외계인의 마음을, 흑인이 되어 흑인의 마음을, 백인이 되어 백인의 마음을, 인디언이 되어 인디언의 마음을, 팔레스타인이 되어 팔레스타인의 마음을, 가난한 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그런데 현실은 아직 작가가 흑인이 되어야 했던 과정과 의미를 잊고 살고 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아”는 실종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바로 독점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데릭 제슨은 “소유의 집중, 경영권의 단일화...지금까지 6,000년간, 생물, 문화, 종교, 경제의 다양성이 점차 줄어들어왔다. 하나의 단작물, 하나의 문화, 하나의 소유주는 복합성을 단순화하고 그로써 통제권을 확장하려는 문화적 요구의 발현이었다... 수십억의 똑같은 소비자들이 똑같은 코카콜라 캔을 수십억개 사는 전 지구적 시장......인간과 생물체의 경험이 가차 없이 죄어들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것은 다른 모든 것의 근절로, 정체로, 죽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데릭 제슨의 지적처럼 독점적 권력의 횡포는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 권력으로부터 인종, 빈곤의 차별이 나오고 있습니다. 맹자는 "하우는 물에 빠진 백성이 있으면 자신이 치수(治水)를 잘못하여 그들을 빠지게 하였다고 여겼으며, 후직은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일을 잘못하여 백성을 굶주리게 하였다고 생각하였다고 역지사지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7주간 흑인으로 살면서, 흑인이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현실을 체험한 존 하워드 그리핀. 진정한 서민행보는 어떤 길일까요? 서민들에게 다가서서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니 정치인들에게 사회 오피니언리더들에게 특히 “나 같은 흑인”을 권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기에 앞서, 왜 국민들이 반대하고, 힘들어 하는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통합은 이런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