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 사건. 진 검사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김현웅 법무부 장관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검찰청도 18일 오후 2시 전국 고검장들을 긴급 소집해 ‘내부 청렴 강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김 검찰총장 주재로 열리는 이 회의에는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 등 5곳의 고등검찰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7명이 참석한다. 김 총장은 현직 검사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고검장들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사에 대한 인사 검증과 감찰 시스템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늑장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규정과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규정에 따라 절차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직자 재산 문제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모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됐을 때 공직자윤리위에서 제대로 조사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역시 진 검사장의 검사장 승진에 대한 부실한 인사 검증과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승진자에 대한 최종 결재권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하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내부 시스템 개선 없이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제2, 제3의 진경준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 검사장의 의혹이 제기된 지 무려 110여일 만에 나온 ‘늑장 사과’일 뿐 아니라, 내용 자체도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 장관은 “국민들께 크나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드려 법무부 장관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고위직 검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 범죄를 저질러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문 어디에도 참모의 비위 의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도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수수방관했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김 장관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미 특임검사의 수사로 진상이 상당히 드러나 높은 징역형과 함께 전 재산을 몰수당할 처지가 된 ‘부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 것이다. 검찰 안에서도 ‘유체이탈’식 사과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법무부는 사건 초기 진 검사장에 대한 감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감찰 요구에 대해 “개인 재산 문제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규명해야 한다. 규정상 법무부가 감찰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 보유 순위 26위로, 회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이 갖기에는 주식 보유량이 지나치게 많고, 친구끼리 투자했다는 해명도 거짓이라는 사실 등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지만, 법무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론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도 법무부는 공직자윤리위 핑계만 댔다. 법무부가 사건 초기에 적극 진상조사에 나섰다면,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입 자금원에 대해 세 번씩이나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우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100여일 넘도록 이어지던 진 검사장의 거짓 해명 퍼레이드는 ‘특임검사’가 임명된 뒤에야 실체를 드러냈다. 한 법조인은 “장관이 사표를 던져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진 검사장에 대한 비난만 잔뜩 담은 내용의 사과문을 내놔서 황당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바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진 검사장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며 진 검사장 감싸기에 앞장섰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그가 400억원대의 재산가로 공직자 재산 문제의 민감성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말도 회자됐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우 수석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사장 승진 관련 인사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관이다. 인사가 잘못됐다면 민정수석실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의 ‘1%’에 해당하는 잘나가는 검사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검찰의 주요 보직을 장악하는 문화가 철저한 인사검증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 탓에 한때 엄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검찰 인사가 최근 들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진 검사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때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를 한 것을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핵심 보직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지난해에는 김현웅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았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핵심 간부들과 2000년대 중후반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도 친밀한 사이라는 것은 검찰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스스로 엘리트라 생각하는 일부 검사들이 대다수 검사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진 검사장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선 검사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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