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흑사병의 귀환’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인류 역사 최악의 연쇄 살인마로 불리는 흑사병(페스트). ‘흑사병의 귀환’은 한 역사학자(수잔 스콧)와 동물학자(크리스토퍼 던컨)이 손잡고 엮은 흑사병에 대한 종합보고서입니다.
흑사병은 1340년대 창궐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입니다.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2천 5백만명이 사망했지요. 그 당시 유럽인구 30%에 해당됩니다. 흑사병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세기. 흑사병은 역사와 문학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골손님입니다. 흑사병을 다룬 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오랑시라는 폐쇄된 도시에서 발병된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린 페스트. 문학뿐만 아니라 흑사병은 종교사와 전염성 질병이 발병할 때마다 자주 언급됩니다. “흑사병으로 심판 하느니라”
현대사회, 인터넷시대의 전염성질병은 600년 전의 흑사병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몰라서 죽었고, 질병이 질병으로 번져서 죽었지만, 이제는 질병을 원인을 알면서도
질병보다 빠른 말(소문)이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2003년 등장한 사스로 전 세계 27개의 국가의 8,000여건의 감염사례 중에 사망자 숫자는 780여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스의 말전파로 인해 세계 경제는 사스공황에 빠졌지요. 소독마스크만 엄청나게 판매되었습니다.
‘흑사병의 귀환’이라는 책에 기술된 사스공포와 관련된 한 기자(디클런 매컬러)의 글은 인터넷시대의 전염병에 대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옮겨 보겠습니다.
“ 사스는 인터넷 세대가 맞은 첫 전염병이며, 용이한 정보 접근성이 악성루머를 확산시키는데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홍콩의 국경이 폐쇄될 것이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한 10대의 장난에 사람들은 곧바로 통조림과 화장지 사재기에 나섰다. 새크라멘토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루머에 반박해, 자신의 가족 중 사스에 감염된 사람은 한 명도 없으며 상점 또한 절대로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두 주를 보내야 했다. 급기야 지난 화요일, 새크라멘토의 한 시의원은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기자들을 앞에 두고 농산물 코너에서 그래니 스미스 사과를 베어 먹는 용기까지 보였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플루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읽었습니다. 신종플루가 만들어 낸 풍경이 언제 막을 내릴지 걱정이 앞섭니다. 흑사병, 스페인독감, 사스, 신종플루. 인류에게 놓인 역병은 언제 시작되고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증권시장에는 폐장이 있지만 폐장 없는 질병의 공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이며 세계를 오갈 수 있는 글로벌시대. 병 또한 경계를 넘어 옛날보다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시대에 흑사병이 창궐한다면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었을 것입니다. 흑사병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극복해야 할까요? ‘흑사병의 귀환’을 쓴 저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HIV나 에이즈에 이미 당할 만큼 당했으면서도 정작 교훈을 얻었던가? 흑사병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치명성과 광폭성을 지닌 병이 새로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고양이 걸음을 하며, 광고 켐페인만 주력하거나 누구처럼 우리나라만큼은 무사할거야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바보 같은 생각이 아니라 자살행위다. 어떤 전염병이이든 전염경로가 규명되고 파악되면, 즉각 단호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는 것이 옳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끝없는 경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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