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밥

4대강 사업 반대 이포보 시위 한 달, 우리는 범죄자?

by 밥이야기 2010. 8. 21.
728x90

 


태양은 작열하고, 비는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 내보내고 흡수한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이포보에 오른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폭염도 아랑곳없이 생명을 위해 생명을 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고공시위. 왜 그들은 이포보에 올랐는가. 어리석은 질문일까? 이들이 내세운 구호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강을 흐르게 두라. 두 개의 소리를 막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의 여름이다. 여름의 끝에서 여름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온리(only), 단 하나의 프로젝트다. 대운하에서 이름과 수사법만 바뀌었을 뿐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은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빼놓고 어떻게 4대강 사업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이포보에 오른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을 요구했던 것이다. 환경문제에 경종을 울린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떠오른다. 카슨 여사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5년여 걸친 자료조사를 통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시골 마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원인 모를 질병과 죽음으로 고통 받게 되는가를 풀어 나간다. 카슨의 고발적 목소리는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움직여 내어 DDT(살충체) 사용 금지를 이끌어 낸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룬 ‘불편한 진실’의 앨 고어의 집무실에는 카슨여사의 사진이 걸려있다. 앨 고어는 침묵의 봄에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이 마을은 어떤 나쁜 마술적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병아리 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소나 양들이 병으로 죽어 갔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여졌다. …(중략)…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으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어쩌다가 발견되는 몇마리 새들도 몹시 떨면서 날지도 못하고 푸드덕거리다가 죽고 마는 것이었다.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침묵의 봄)

 
호수 속의 작은 벌레를 죽이기 위해 뿌린 살충제가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우화적 표현은 우화가 아닌 현실이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침묵의 봄 수준이 아니다. 4대강 사업에서 어떤 명분을 찾을 수 있는가. 물이 맑아 지는 것도 아니요.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것도 아니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요. 지방경제를 살리는 것도 아니다. 작은 벌레 하나를 없애기 위해 뿌린 살충제처럼, 4대강 사업은 한 사람의 잘못된 인식으로 아름답고 유려한 강을 죽이는 사업이다.

 
흐르는 혈관이 막히면 뇌의 활동이 정지되고 사람이 죽듯이, 흐르는 물을 막고 가두면 물이 섞고, 주변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왜 이들은 알면서 외면하는 걸까. 비겁한 침묵이다.

 
어제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4대강 사업 전도사로 불리는 박재완 노동고용부 장관 후보는 ‘4대강 사업 성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 4대강 사업을 실패와 성공으로 보는 관점부터가 잘못되었다. 청계천 인공하천 사업이 그랬듯이, 생태 복원 사업은 성공과 실패의 관점이 아니라, 지속성에서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가꾸고 보완해 내는 사업이기에 완성은 없다. 그런데 유구한 세월을 흘러, 한국인의 젖줄이 되어준 4대강을 마치 아파트 공사하듯 뚝딱 해치우려는 속셈은 무엇인가. 보를 세우고 물을 막으면 끝나는가. 사람 다니는 곳 드믄 곳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흔해 빠진 흉물스러운 건물을 세우면 끝나는 것인가. 정말 어리석다.

 
단 하나를 위한 치적 쌓기 프로젝트는 결국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알면서 속고 있는 사람. 잠시의 부를 위해 눈감고 있는 사람. 이들은 범죄자다. 살아 생전 법정 스님은 대운하 사업을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은 범죄자라고 말했다.


이포보 4대강 사업 반대 이포보 시위.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이 방영되지 못했다. 23일 만인이 모여 MBC 본사 앞에서 방영 촉구 집회가 열린다. 야당을 비롯 시민단체가 이포보 주변에 캠프를 차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늦더위가 끝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열려도  우리는 계속 범죄자로 남을 것인가.  

 

“조상 대대로 영혼과 살과 뼈를 묻어온 곳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신성한 땅을 대운하 사업으로 훼손하는 것은 우리 국토에 대한 무례이자 모독입니다."

"이 땅은 사람만이 아니라 겉모습만 다른 수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어서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 땅이 근래에 와서 방방곡곡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개발에 의해 피 흘리고 신음하고 있다"

 "청계천은 기존 하천을 복원한 것이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멀쩡한 땅을 파헤치고 토막 내는 반자연적 사업"이라면서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은 개발사업으로 주변 땅값을 올려 재미를 보려는 땅투기꾼과 건설업자들 뿐"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안"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씨를 뿌리고 새싹이 돋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살기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이 사람의 마음 안에 싹튼다" "흙을 멀리하고 도시화, 산업화, 정보화 사회에 살면서 인성이 메말라가다 보니 이유 없이 어린이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등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육체는 죽일 수 있을지 모르나 영혼은 그 무엇으로도 죽이지 못하며, 남을 죽이는 것은 곧 자기의 영혼을 죽이는 것"

"옛 사람의 말에 일각수(一角獸)가 나타나 세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일각수가 온 국토를 파헤치는 포크레인인 모양"이라고 무분별한 국토개발사업에 우려를 표시했다.

  “만약 운하 건설을 우리가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된다”

 

                                                    이포보에서 보내온 염형철씨 사진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