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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밥

“백성들이 주인인 세상”,김대중 자서전을 읽으며

by 밥이야기 201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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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을 읽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는 운명처럼 순식간에 읽었지만, 김대중 자서전은 부피(1400쪽 분량)부터 만만치 않다.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은 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한국 현대정치사의 생생한 기록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쓴 회고록과 책은 많다. 2003년 2월 청와대를 나와, 2006년 7월부터 자서전 집필을 위해 구술을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 이 책은 김대중 삶의 종합판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고인은 살아 생 전 많은 정적이 있었다. 용공으로 몰렸고, 지역정치의 희생양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몰리기도 했다.

 

김대중 자서전은 그를 좋아했건 좋아 하지 않았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아야 할 책이다. 특히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을 권하다. 이 책은 단숨에 읽을 수는 없다. 시간이 허락 할 때마다 꺼내 읽어보아도 좋을 듯하다. 자서전 1권은 고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의 전사에 해당된다. 출생에서부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까지 고난의 역사가 수록되어있다. 2권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의 삶이 담겨있다.

 

책 서문은 평생의 동지이자 반려자였던 이휘호 여사의 여는 글과 빌 클린턴, 미하일 고르바초프,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등 전직 미국, 소련, 독일 대통령이 글이 수록되어있다. 빌 클린터 미국 전 대통령은 고인을 ‘인권과 평등의 수호자’고 말했다. 이휘호 여사는 고인이 남긴 말을 소개하며 글을 열었다.“ 모든 것을 진실하게 기록하여 역사와 후손에게 바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할 바가 아니다”처럼 고난에서 영광까지 극적인 삶을 살았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고, 6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수십 년 동안 망명과 연금생활을 이어갔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고난사 였다. 한국 현대사가 궤적이 그렇듯이. 고인뿐만 아니다. 독재시대가 드리워낸 기나긴 그늘은 너무 넓고 깊게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압받았으며 숨져갔는가. 그들의 이름을 김대중 자서전 2권에 담아도 넘칠 것 같다. 대통령 환자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끝내 민주정부를 열었던 집념의 대통령. 비판의 목소리가 어찌 고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누를 수 있겠는가.

 

특별한 정치인, 특별한 운명의 삶을 살았던 김대중.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 고인은 생의 끄트머리에서 글을 남겼다. “ 황혼이 찾아왔고 사위는 고요하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내 삶을 국민에게 고하고, 역사에 바치는 마지막 의식으로 알고 지난 세월을 경건하게 풀어보겠다(김대중)”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김대중. 지식의 정점에 선 철학자가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몸 바쳐 노력하고자 했던 고인의 숨결이 책에 고스란히 적셔있다. 평생 학생으로 살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기록의 대통령이자, 학습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공부는 그가 좌절할 때 마다 그를 다시 추켜세웠던 마중물이었다. 철학은 사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하는 공부다. 지식이 외부로부터 온다면 사색을 통한 지혜는 내부로부터 온다. 철학이 없는 대통령과 정부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고인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상처 받을 사람들을 걱정했지만, 용서를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고인은 성경에 담긴 내용을 평상시에 읽고 나누었다. 예수는 정치인이었다. 지배계급의 위선과 폭정에 맞섰다. 예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해하는 길은 종교의 원전보다, 믿음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성경 구절은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 이니라”(마태복음 25장 40절)

 

8월 10일에서 고인이 서거한 8월 18일까지는 추모기간이다. 한 해에 두 전직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고 한 해에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이 나왔다. 지난 10년 민주, 참여정부는 어쩌며 가장 바랐던 정부였고, 실망했던 정부 일 수도 있다. 잘한 것도 있고, 잘못 한 것도 있다. 어찌 반세기를 지배해왔던 지배이데올로기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었겠는가. 두 전직 대통령은 극복의 대상이자 공부의 대상이다. 지난 10년이 없었다면, 사실 이명박 정부도 불가능했다. 고인을 용공으로 몰아세웠던 세력들은 용공을 좌파로 비판하며, 아직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 피어있지만, 그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책을 덮었다. 조용했던 새벽 사위, 비가 다시 흩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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