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씨(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오늘(14일) 중앙일보에 쓴 글 제목은
‘대학을 생각한다’입니다. 반박 글을 쓰고 싶어서 올리는 글이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반박까지는 아니고 보완이라고 해야 할까요?
김호기 씨는 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대학을 이야기 한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말을 꺼내며, 한국 대학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세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1. 고려대 자퇴 선언을 한 김예슬 학생
2. 프레시안에 실린 한 검정고시 졸업자의 발언
(“그녀가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그놈의 대학에 그렇게 가고 싶습니다”)
3. 중앙대 실용학문 중심으로 학제 개편
4. 요즘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 한다
김호기 씨는 신자유주의가 미국 대학뿐만 아니라 독일 대학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했습니다. 맞습니다.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지요.
문제는 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여건과 인식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김호기 씨 지적대로 인문학이나 기초학문을 홀대하지 않아야 하지요.
필자는 김호기 씨 글을 읽으면서 ‘대학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바뀐들 학생이 바뀐들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니까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사회.
집 값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피하는 사회, 경쟁, 경쟁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 한들 경쟁의 외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니까요. 빌 게이츠나 스티븐 잡스 같은
대학 중퇴자들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먼저 경쟁, 성장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권력이 집중된 중앙 정부는 결국 경쟁력을 빌미로 끝없이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이명박 정부는 마치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를 잘 만든 자판기에서
뚝딱 뽑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대학개혁도 필요하지만, 우선 성장에 대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근본적인 변화는 힘듭니다. 대학 교수들도 요즘은 자리가 위태위태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사자돌림(의사, 검사 등등)과 함께 한국 사회의 변화를
막고 있는 걸림돌입니다. 우선 자신부터 변화고 성찰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인터넷의 진화로 환경은 19세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전환기에 서있습니다.
하드웨어적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한국. 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기업정보를
개방해서 일반 시민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 축, 경제 발전이라는 허구성을 무셔내는 작업과
이른바 대중지혜, 아마추어리즘이 발돋움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무게 중심을
옮아가지 않으면 부분적 개혁은 부분적 개혁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요. 그 개혁이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까!
이제 지식인들은 상아탑의 구멍에서 나와 현실의 제대로 파악하고 발언해야 합니다.
왜 김예슬 학생이 자퇴를 선언했고, 왜 검정고시 졸업생이 고려대를 가고 싶은지
그 현실에 대해 발언을 이어가야 합니다.
‘나는 대학을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요원한 말이지만.. 중앙에 집중화된 권력을 분산시킬 때만이
첫 단추를 풀 수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서울이라는 괴물을 더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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