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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밥

최저임금 2017, 이대로 좋은가?

by 밥이야기 201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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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만4898원’ . 무슨 돈일까? 공짜는 아니겠지?
올해 1인 가구에 대해 법원에서 정한 최저 생계비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기준으로 사용된다. 각자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월 소득이 120만 원인 사람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최저 생활에 필요한 97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변제하게 된다. 2인 가구 165만 원, 3인 가구 214만 원, 4인 가구 263만 원으로 가구수가 늘어나면 기준 금액은 높아진다. 대다수 사람들은 “97만 원으로 살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하지만,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16년 최저생계비(1인 기준 64만 원)는 이보다 더욱 낮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미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분석보고서’에 나오는 ‘2014년 기준 1인 근로자 월평균 생계비’다. 2인 가구는 274만 원, 3인 가구는 336만 원으로 높아진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자료로 사용된다. 근로자 1명이 2014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 달에 155만 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2013년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2년이 지난 현재, 생계유지를 위해선 이 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올해 최저 시급인 603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최저임금인데, 2014년 기준 1인 근로자 월 생계비보다 낮다. 현시점에서 월세, 식비, 교통비, 통신비를 내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당연히 자기계발비는 생각하기 힘들고, 커피 한 잔은 언감생심, 문화 생활은 먼 나라 이야기, 저축은 꿈도 못 꾼다. ‘근로자 생활안정,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최저임금제의 입법 목적은 창대하지만, 이렇듯 현실은 “생활은 불가능하고, 생존조차 힘든 수준”이다. 여기에 부양 가족이 1명이라도 있으면 “생존을 위해선 굶어야 한다”고 노동계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불가능한 생존이 현실에선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노동계가 파악한 최저임금 근로자의 평균 가구원수는 2.5명~3.32명이다. 최저임금 126만 원으로 2인~3인의 생계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최저임금 협상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사용자(경영계)는 올해도 어김없이 6,030원 ‘동결’을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경영계를 향해 “2017년 최저임금 6030원. 너부터 이 돈으로 살아봐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이유다. 노동계는 ‘살기 위해 굶어야 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선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당 1만 원으로 하루에 8시간씩 매주 40시간을 일하면 월 209만 원을 벌 수 있다. 그래도 앞서 위원회가 분석한 2014년도 2인 가구 월 생계비(274만 원), 3인 가구 월 생계비(336만 원)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이 ‘욕심을 채우려는 금액’이 아니라 ‘경제 현실을 반영한 금액’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계는 “경제 현실을 볼 때 1만 원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하나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두 개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동결 근거로 사용되는 것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에 끼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더 많으니 저소득층을 위해선 지금의 최저임금부터 제대로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4년 기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27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점에서 해당 주장은 거짓말은 아니지만, 현실을 왜곡한 측면이 많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최저임금과 무관한 고액 연봉자가 존재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 발표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56만 명에 달한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21.4%다. 2013년 기준 OECD 국가 중 자영업자 비율이 4번째로 높을 만큼,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크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근거로 삼는 중소상인 등 자영업자가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증가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계는 “생활 가능한 임금을 받거나, 고용이 안정되거나, 젊은 나이에 퇴직을 당하지 않았다면 자영업자 과포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계 유지도 힘든 최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자영업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악순환은 대기업과 무관치 않다. 30대 그룹 사내유보금만 750조 원으로, 곳간에 돈을 넘치게 쌓아두면서도 대기업은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하며 고용 창출에 인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