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을 잊겠는가? 동양의 고갱? 살아있을 때 천경자 화백은 1991년 4월12일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으로 소개된 미인도(사진)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내 목에 칼을 갖다댄다고 해도 가짜는 가짜다. 작가에게 있어 작품은 자기분신이며 따라서 진짜가 가슴에 와닿는 것처럼 가짜도 금방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면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천경자 화백)” 그런데 ‘미인도’는 1979년 10·26사태 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 집에서 압류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던 그림이다. 1991년 이 작품이 전시에 나오자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미술관 측은 “3차례 감정 결과 진품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그로부터 25년이 흐른 지금,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62)는 미인도 위작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술관 관장과 학예실장 등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미국 몽고메리대학 미술학과 교수인 김씨는 지인 배금자 변호사를 통해 이번 사건을 진행 중이다. 특이점은 이 사건을 대리하기 위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초호화 변호인단이 꾸려졌다는 것이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KT&G를 상대로 공익소송을 벌여 이름을 알린 배 변호사가 주축이 된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에는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선수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오욱환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박용일 전 부패방지위원회 위원도 합류했다. 이들은 ‘정운호 게이트’로 전관들의 수십억원대 수임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무료로 사건을 맡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지적재산권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배 변호사 담배사건을 걸고 총력전을 펼쳤던 인물. 과연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까? 사자명예훼손. 죽은 자를 기리는 소송. 또한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 이후 다시 ‘미인도’의 진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인도 습작으로 추정되는 스케치 한 점이 천 화백이 남긴 작품 묶음 속에서 발견됐다. 감정 전문가들이 “‘미인도’ 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인도 스케치’는 지난해 12월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가 부산 부경대에 모친이 남긴 작품과 화구, 생활용품 4000여 점을 기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기증에 앞서 작품을 검수하던 한 갤러리 대표가 익숙한 형상의 여인 초상 스케치를 찾아냈다.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돌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얼굴이 문제의 ‘미인도’와 매우 흡사했다는 것. 이 갤러리 대표는 누렇게 변색된 헌 스케치북에서 뜯어내 새 스케치북에 붙인 이 그림을 촬영해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열람시켰다. 사진을 본 이들은 “직선으로 처리한 양쪽 볼 광대의 굴곡과 음영 터치, 꼭 다문 채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비튼 자그마한 입매, 얼굴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윤곽선 흐름 등이 ‘미인도’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 전문가는 “이 스케치만으로 ‘미인도’ 진위를 판가름할 수는 없겠지만, ‘미인도’를 그리기 위해 작업한 천 화백의 습작 진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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