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야심작으로 선보인 드라마 ‘대물’이 ‘소물’ 될 위기에 봉착했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시작부터 가관이다. 드라마 작가와 담당 PD가 교체되었다. 대물이 방송을 나가기 전 제작진들은 허구라는 사실을 강조했고, 본격적인 정치드라마가 아니라고 말했다. 최초 여성 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정치 드라마가 아닐 수 있겠는가. 차라리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라고 말했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 봉착했을까?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 대물 제작진은 자라도 보지 못하고 지리 짐작 놀랐다. 여론의 관심 때문이다. 드라마는 아직 솥뚜껑을 활짝 열지 않았는데, 낌새가 수상했다. 차기 여권의 대선 주자 박근혜 의원이 거론되었고, 검사역으로 나오는 권상우의 극 중 발언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밭에 쥐새끼들이 많은데 풍년을 기대 하십니까. 쥐새끼부터 잡아 야죠"(극중 검사 하도야)
첫 단추를 꿰맨 드라마 방송작가는 정치적 외압은 없었으나, 외압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물 제작진은 상상의 정치 세계라 해도 현실 정치 세계의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한 꼴이 되었다. 방송작가와 담당 PD하고의 마찰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맞은 대물 출연진들은 잠시 촬영을 중단했다고 한다. 김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승승장구 드라마의 형식과 내용이 격찬을 받은 막바지라면 몰라도 이제 시작 아닌가.
결국 이번 드라마 대물은 제작진 스스로가 판 무덤이다. 또 한편으로 지적할 것은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구성과 대본을 바꿀 것이 아니라, 사전 완결 제작 방식을 지향했음이 옳다. 특히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담긴 드라마라면 치밀한 사전 계획이 있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위축된 표현의 자유도 한 몫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번 남이 자라보고 놀라고 상처 받은 상황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물은 드라마일 뿐이다. 시청자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지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정치권 눈치 볼 필요 없다. 그렇지 않고, 땜방 드라마를 이어간다면 분명 대물은 소물이 될 확률이 크다. 고현정을 비롯한 드라마 대물 출연진들의 촬영 거부(제작진 교체 이유)를 제작진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튼 김이 샌 것 만은 분명하다. 드라마 대물이 역전 드라마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를 까부시고 나가야 한다. 상상력을 왜 죽이려 들려 하는가. 눈치 보면서 만든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큰 물건이 되겠는가? 대물이 되었건 소물이 되었건 결국 시청자들이 판단할 몫이니, 거침없이 의도했던 방향대로 드라마를 제작하길 바란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시청자를 두려워 했다면, 제작진 교체 파동은 일어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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