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회전문집 이야기가 아니다. 영포목우회 이야기도 아니다. 회전문은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다시 원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두 개의 회전문이 가동 중이다. ‘인사 회전문과 ’정체성 회전문‘.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를 빗대어 회전문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조선일보가 가진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회전문은 더 빠르다고 비판했다. 잘못하고 나가더라도 곧 복귀해서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회전문 인사가 많다는 뜻. 민간인 사찰과 선진국민연대 문제로 처신문제가 부각된 국무총리실 박영준 차장을 대표적으로 겨냥한 말이다. 정운찬 총리도 사임의사를 밝힌 만큼 빨리 보따리 싸서 나가라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 정책은 여전히 ‘정권 창출 연고주의’에 기반을 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회전문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먹이사슬 관계를 이야기하고, 대기업에게 돈을 풀고, 사람을 더 채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중에 한사람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아예 내놓고 “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보도를 보고 한편으로 가슴이 아팠다.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현금 몇 십조원씩 갖고도 어음으로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건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 입장에서야 남감버전에 빠졌다. 갑자기 딴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던 손병두씨(KBS 이사장)씨는 즉각 화답했다. “ 기업이 이익을 많이 냈다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장관은 어느 나라 장관이냐”라고.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간 서민정책을 이야기 해왔지만, 대기업, 강부자 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기업 비판을 통해 서민경제를 이야기 하니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한다. 전성철 이사장(세계경영연구원)은 “ MB가 자신의 이념적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인기 영합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친서민행보를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의 회전문 정책.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함께 동석했던 대학생들의 증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강용석 의원은 사과는커녕, 법정까지 가보겠다는 심보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회전문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 여기서 물러나면 어차피 끝나는 것,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의지의 표현 같다. 강용석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중앙일보와 매일경제에 반론 보도를 요청했다. 오늘 중앙일보는 강용석 의원의 반론보도(알려왔습니다/2면 소박스기사)를 내보냈다. 3면에는 강용석 의원의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전면에 실었다.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서. 강용석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회전문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영 갇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여전히 회전문을 돌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돌기는 도는데 결국 과거 권위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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